너 눈이 왜 그따위로 생겼냐

중학교 교실에서 선생이란 작자가 여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씨부렸던 막말

by 책하마

2001년 3월 첫째 주. 중학교 2학년 첫 수학시간이었다.

95년 1월 스티븐존슨 증후군이 발병한 지 6년이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다.

서서히 나아지는 중이었지만

피부는 아직 얼룩덜룩해 못생겼었고

초봄 아직 차갑고 건조한 기운으로 눈 상태도 메롱이었다.

매일 고농도의 안연고를 들이붓다시피 해도 건조하고 충혈됐고, 눈이 너무 부셔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나 햇볕에서는 눈을 똑바로 뜨기 어려웠다. 눈이 부시면 눈에 유리조각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늘게 뜨면 그나마 덜 아팠다.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하고, 약간 숙인 상태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바라봤다.

마치 째려보는 것처럼.

내가 봐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첫 시간이어서 그런지 수학선생은 학생들에게 본인의 유머러스함을 어필하고 싶었나 보다.

출석을 부르며 학생 한 명 한명을 비하하는 멘트를 날렸다.

1번 강**! 야 너네 형도 한 성깔 했는데 너도 그러냐?

2번 김**! 야 너는 무슨 교복을 그따위로 입어. 유치원생 학예외 하러 가? 쫄바지마냥 ㅉㅉ

...

10번 안**! 니가 비달사순 모델이야? 왜 머리에 빗을 꽂고 지랄이야.

...


반에서는 웃음소리가 계속 터져나왔다. 원래 어린 학생들은 칭찬보다 비하 발언을 재미있어 하니까.

그러다가 내 차례가 왔다.


"야! 너 눈이 왜 그따위로 생겼냐??

눈을 뜬 거야 감은거야? 째려보는거야? 온통 빨개가지고 레이져쏘냐 세상에 불만 있냐??"


나만 그리 느낀건지, 실제로 제일 컸던 건지

역대급 최고로 크게 울리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웃겨 죽겠다는 듯 발까지 구르는 소리.

이제까지 본인들도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는데,

차마 말은 못하다가 누가 대신 말해줘서 통쾌하기라도 한 건지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당연히 나는 함께 웃을 수 없었고.

앉아서 수학시간이 끝날 때까지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숙였던 고개는 더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니 빨갛던 눈은 더더욱 빨개지고. 퉁퉁 부어서 가늘게 떴던 눈은 더 가늘고 작아지도록.


수학선생은 태연하게 나머지 친구들을 모두 디스하고 수업까지 야무지게 마무리하길래

내가 혼자 그러고 있는 걸 못 본 줄 알았는데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나에게 툭 한마디를 던지고 떠났다.


"임마, 농담한걸 가지고 질질 짜고 지랄이야. 사람 무안하게. 이래서 기집애들이 꼴보기 싫다는 거야."


......


왜 난 그때, 그 수학선생의 막말들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을까.

담임선생님께도,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말하지 못 했다.

만약 내가 요즘 애들처럼

엄마한테 아빠한테 다 고자질해서

엄마아빠가 학교로 찾아와 수학선생이랑 교장 나오라고 진상 피웠으면 어땠을까.

아.. 요즘에야 그 진상이 통하려나.

2001년도에 그렇게 했다간

씨알도 안 먹히고 오히려 다른 선생들한테까지도 더 혼났으려나.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겠지.

아니 그 이전에, 우리 부모님은 진상을 피우지도 못하셨겠지.


하긴 그 시절 학교에서는, 일부 선생들이 아침에 자기 아내한테 바가지 긁혀서 왔다고, 자기 남친한테 이별 통보 받았다고 받은 스트레스를 학생들에게 손찌검하는 것으로 풀곤 했다. 그런 시절에 나 정도면 양반이었던 건가, 그 때 생각을 하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며 씁쓸히 웃곤 한다.


물론 어느 집단에나 일부 또라이는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식적이다.

그 학교의 교사집단이 모두 수학선생같았다면 학교를 다닐 수조차 없었겠지. 하지만 그 외 선생님들은 대부분 따뜻하고 친절했다. 내가 아프면 보듬어주고 걱정해주셨다. 아픈 눈으로도 성실하게 학교를 잘 다닌다며 격려해주셨다. 특히 스티븐존슨증후근을 잘 아시는 보건선생님들 중에서는, 늘 학기 초에 전교생 건강상태 현황을 확인하시면 나를 불러 어릴 때부터 얼마나 힘들었냐며 하나같이 쓰다듬어주시고 가볍게 안아주신 분들도 계셨다. 그 덕에 지난하고 아픈 학창시절을 잘 견뎌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이런저런 집단에 속해보니 또 느꼈다.

어딜 가나 일부의 또라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 많이 삐뚤어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나보다.


나도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 조심해서 말하고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지 알면 격려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 자체를 비하하는 말이나 험담을 하지 않고

혹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면

변명의 여지 없이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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