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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Apr 02. 2024

미니멀라이프 따라하다가 월세까지 받게 된 과정-1

나의 첫 어설픈 공간, 10평짜리 원룸

  부모님 집에서, 혹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누군가가 마련해 준 공간에 얹혀 살기만 하던 나는 2010년, 24살 첫 발령으로 독립을 했다.

  4000만원짜리 전세 원룸이었다. 평일에는 학교 일에 적응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놀거나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하기에 바빴던 나는 첫 번째 나의 보금자리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나의 원룸은 그저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매일 옷을 사고 그 옷을 쌓아두기만 하는 공간이었고, 이 옷을 입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한답시고 매일 닭가슴살이나 샐러드만 대충 뜯어 먹는 공간이었다. 협소한 공간에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쌓이며 정리는 점점 어려워졌다. 집은 점점 어수선해졌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는 곳이 돼갔다, 자연스레 밖으로 나돌았다. 마음이 허한 것인가 해서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자꾸 만났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이 채워지기는 커녕 에너지가 소진되고 지쳐만 갔다. 하지만 그 때는 그 이유를 모른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매일 시내를 지나다니며 쇼윈도의 마네킹을 보고, 그 마네킹과 비슷한 아이돌들의 무대를 티비로 멍하니 구경하고, 그 몸매와 너무나 다른 나를 고친답시고 초절식 다이어트와 각종 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허한 마음은 달콤한 디저트를 갈망했다. 전에 없던 식욕마저 폭발하며 절식과 과식을 반복했다.


  참 젊고 자유로웠던 그 좋은 때 나의 마음은 가장 공허했다. 딸린 식구도 없고 또래 친구들에 비해 빨리 안정된 직장도 갖고. 퇴근 후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시기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바람에  그 아까운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나만의 편안한 공간'이었다, 10평이라 좁아서가 아니었다. 그 공간에 나에게 꼭 필요하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물건들로만 구비해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면 충분히 '나만의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때 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좁아터진 곳은 아무리 해도 안 돼. 여기 쌓여있는 옷들 언젠가는 입을거니까 좀 지저분해도 버릴 순 없어. 잠만 자면 되지 좋은 집이 무슨 필요가 있어 지금, 나 어차피 여기 잠시 있다가 결혼하면 신혼집으로  갈 건데. 이런 생각만으로 10평 원룸과 나의 괴리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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