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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l 28. 2021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0원 통장

 일요일 저녁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가 안 보인다. 너 따라갔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모님 집으로 다시 향했다. 성당 앞의 버스 정류장에 엄마는 잠옷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엄마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옆에 앉는데 통장 하나를 내민다.

"딸내미한테 미안해서. 거 가져가서 쓰라고."

엄마가 내민 것은 오래전에 거래가 정지된 잔액의 0원 통장이었다.

 엄마는 이년 전에 치매등급을 받고 주간보호센터에 다닌다. 주말마다 나의 집으로 모셔서 목욕도 시키고 밥도 대접한다. 일요일 아침 밥상을 차리고 있으면 엄마는 늘 말한다.

 "딸내미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나에게 차려준 밥상에 비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엄마는 손재주가 있어 칠십 대 중반까지 식당일을 하셨다. 그런데 사고가 나고 말았다. 모처럼 공휴일이라 가족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엄마는 자식들을 겨주기 위해 텃밭으로 향했다. 아파트 1층 베란에다 아버지는 텃밭을 일구어 놓으셨다. 고추, 가지, 오이,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키웠다.

 


 텃밭에 대추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었는데 가을철이며 대추가 주렁주렁 열였다. 대추를 따기 위해선 엄마의 키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유리로 덮어 넣은 곳에 발을 올려놓으셨다.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통로였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통로로 빠져서 주차장에 세워 놓인 차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응급실에 실려깄고 뇌 전문병원과 허리 수술 병원을 거친 후에 엄마는 퇴원했다.

 

 그즈음에 엄마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평생 일만 하다 집에만 있으려니 어찌해야 될 바를 몰라하셨다. 하루에도 대 여섯 번씩 나에게 전화를 했다.

 성황이 악화된 건 벌초다가 산에서 실된 외삼촌 때문이었다. 결국 외삼촌은 죽음으로 발견되고 엄마의 우울증 증상도 심해졌다.


 벌초 갔다 실종된 노인 엿새만에 숨진 채 발견            

 

 달성군 최정산 계곡서 가족과 함께 벌초 갔다 실종된 80대 노인이 엿새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6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달성군 가창면 주리 최정산 계곡에서 전모씨(81)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 수색견이 발견했다. 실종 추정 지점으로부터 3㎞, 인근 마을에선 2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전씨의 신체에는 범죄 피해와 관련해 의심되는 점은 없었다.

지난 1일 오후 1시41분쯤 가창면 최정산(해발 906m)에서 전씨가 실종됐다고 동행한 남동생이 119에 신고했다. 당시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벌초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전씨가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길래 먼저 갔다. 그런데 뒤따라오지 않고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신고 직후 헬기와 수색견, 의경 등 인력 200~300명을 동원해 전씨가 실종된 최정산 곳곳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특히 이 기간 내린 가을 장마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활한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벌초를 위한 찾은 최정산은 가창저수지 남쪽에 있으면서 주변에 주암산(해발 855m) 등 크고 작은 산이 많고 산세가 험한 점도 수색의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러다가 엄마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목욕을 하기로 약속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어디 가기로 했지?"

 챙겨 온 목욕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후에 치매등급을 받았고 보건소에 가서 지문등록도 마쳤다. 치매안심센터에서 기저귀도 받아와서 착용한다. 약을 먹지만 차츰차츰 증상이 나빠지 엄마를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더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금방 약을 먹고 잊어버려도, 무슨 요일인지 알지 못해도, 딸 얼굴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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