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남동생이 오는 날이다. 빠지고 않고 와서 엄마에게 점심을 대접한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남동생과 함께 시원한 콩국수와 함께 칼제비를 먹고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아들 왔어?"
"아니, 나는 주간보호센터 다녀온다고 아들 못 봤다."
아들을 금방 보고 와서도 아들을 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원래 치매가 과거의 일을 뚜렷이 기억하는데 현재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엄마가 안쓰럽다. 예쁘게 핀 홍매화를 보고 돌아와도 홍매화를 보고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봄마다 홍매화가 핀 걸 보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엄마, 지금은 아침이야? 점심이야? 저녁이야?"
"지금은 점심이지."
어두컴컴한 저녁에 물은 질문이었다.
"엄마는 아들이 몇 명 있어?"
" 두 명 있곘지."
"누구 누구?"
"영수와 영진."
"그건 손자이지. 아들은 한명 있지."
일상에서도 엄마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참을 머뭇거린다.
"딸내미, 저기... ."
그리고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지 정지 상태다. 결국은 엄마가 애써 한 말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뿐만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목욕시키고 밥상을 차려주면 고맙다고 표현해야 될 것을, "딸내미, 정말 건강하네, 딸내미 정말 고급지다."라고 한다. '건강'이나 '고급'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엄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직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점점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엄마가 전혀 의사소통을 못할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