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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Oct 09. 2022

홍시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난다

몇 주 전에 재래시장에서 노점에 앉은 아주머니가 홍시를 팔길래 다가갔다. 자연산 홍시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아직은 이른 철이라 그런지 오천 원에 6~7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저번 주에 청도 읍성의 꽃자리 한옥 카페에 갔다가 길거리에서 홍시를 팔길래 또 구매를 했다. 그런데 홍시 한쪽 귀퉁이가 시꺼멓고 초가 된 홍시도 있었다. 일단은 상태는 안 좋으나 양이 많아서 구매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와인터널을 갔다가 앞의 상가에서 홍시를 또 구매했다. 한 박스에 오천 원이고 밑에 층에도 홍시가 빼곡히 깔려있다. 양도 많고 상태도 좋다. 더구나 약을 치지 않은 자연산 홍시라 때깔이 더 붉었다. 약을 친 홍시는 주황빛이 돌고, 자연산 홍시는 더 붉은 빛깔이었다. 시식을 하니 자연산 홍시가 더 찰졌다.

내가 앞에 산 두 번의 홍시들은 자연산 홍시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구매한 홍시만 자연산 홍시였다. 이제는 자연산 홍시를 구별할 수 있겠다. 코로나로 인해 입장료가 무료인 와인터널에는 인파로 붐볐고, 주차장에서 와인터널로 걸어가는 길가에는 감나무들이 즐비했다.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보고 걷는 길이 좋았고, 하늘의 구름은 선명했다.

치매 엄마는 주차장에서 와인터널까지 걷는 길을 숨차 하고 힘들어했다. 엄마와 함께 그 길을 걸으니 나훈아의 홍시 노래가 떠올랐다. 홍시는 엄마의 정서와 닮았다. 달달함과 부드러움을 지녔다. 감이 익어가는 가을날에 엄마와 함께 홍시를 시식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간이 흐르면 치매 엄마와 걷는 이 일 또한 불가능하리라. 엄마는 집에 돌아와서 청도에 다녀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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