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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Oct 10. 2022

삼시세끼

연휴 삼일째 되는 날, 엄마를 위해서 삼시 세 끼를 챙겨야 했다. 평소에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세끼를 다 해결하기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빨간 날은 주간보호센터에 보내지 않는 터라 내가 챙길 수밖에 없었다. 

아침은 어묵탕에 가지전을 내 드렸다. 평일에 주간보호센터의 아침 메뉴는 죽이나 누렁지가 나오는 듯했다. 그래서 주말에 밥을 드리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밥은 조그만 주고, 날씨가 쌀쌀해서 뜨거운 어묵탕 국물을 준비했다. 가지는 아버지가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직접 키운 것으로 냉장고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상태라 빨리 먹어치워야 했다. 그래서 계란을 풀어서 가지전을 프라이팬에 구웠다. 엄마는 두 가지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점심 때는 보통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서 엄마의 걸음걸이로 도저히 집 근처 식당에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카레라이스를 해 먹기로 했다. 변변한 반찬이 없어도 카레라이스는 한 끼 때우기에 적당했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 탓에 당근과 양파, 감자만 넣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감자는 친환경으로 미리 구매해 놓았다. 뜨근한 카레라이스를 밥에 얹혀주자 엄마는 또 맛있게 드셨다.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싶었다. 엄마도 씻겨야 하고, 빨래를 해야 해서 설거지가 많이 나오는 건 번거로웠다. 그래서 요플레에 집에 있는 각종 분말가루를 넣었다. 구기자, 여주, 콜라겐, 새싹보리, 산양 우유 분말들이었다. 그리고 계란 한 알을 삶고 친환경 감자 두 알을 삶았다. 감자의 속 겉질은 연둣빛으로 그다지 맛있는 않았다. 젓가락에 꽂은 감자를 베어 물자 엄마를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감자 먹고 싶어?"

"응, 먹고 싶어. 나도 좀 줘."

감자의 한쪽 귀퉁이를 떼어서 엄마에게 내밀었다. 한 덩어리를 내밀었다 식탐 있는 엄마가 혹시라도 체하기라도 할까 봐 조금 떼어준 것이다. 엄마는 저녁도 맛있게 드셨다. 딸내미 고맙다며 의자에 앉아서 설거지하는 것까지 지켜보셨다.

연휴 마지막 날, 엄마의 삼시 세 끼를 챙기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깨달았다. 삼시 세끼를 챙기다 하루가 다 간듯하다. 그런데 그런 삼시 세 끼를 엄마는 오래도록 나에게 차려주셨다. 그것도 10첩 넘는 반상들이었다. 새삼 엄마의 밥상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엄마의 김치와 구수한 미역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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