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방주 Oct 14. 2024

ADHD 일기-4화(ADHD 이전)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 뒤 ADHD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2022년 7월 13일 수요일 날씨: 흐림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며 누워 있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며 쉬었고, 점심으로는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우울했습니다. 벽과 천장을 밝은 색으로 칠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여전히 우울했습니다. 내일은 진료일이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입니다. MRI 검사 결과는 바로 나오니 그 결과를 확인하면 됩니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습니다. 너무 누워만 있다 보니 몸이 축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괴롭습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날씨: 흐렸다 맑음

오늘도 창고와 베란다를 포함한 집안 정리를 했습니다. 폐기물들을 차례대로 버렸습니다. 드디어 집이 집같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쓰레기장 같았던 집이 정리를 한 뒤로 쾌적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집안 정리를 마친 후 병원에 가서 MRI 검사 결과를 받아보았습니다.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습니다. 의사 말로는 미쳐서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심리적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종합심리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뇌에 무슨 이상이 있나 하고 걱정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문제는 크지 않은 듯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남은 일을 도왔습니다.


2022년 7월 15일 금요일 날씨: 맑음 (매우 더움)

오늘은 베란다와 보일러실에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나머지 칠해야 할 곳을 마저 칠했습니다. 오늘 기분이 너무 나빴습니다. 아버지가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저에게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며 질책하셨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더 나빠질 기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꼰대들에게 치여 살면서 제가 별나거나 이상한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제가 아픈 것뿐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괜히 그러니 기분이 안 나쁠 수 없습니다. 만약 치료가 어렵다면 저는 어떡하지요? 반드시 무언가 해야 하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이전 03화 ADHD 일기-3화(ADHD 이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