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주 소설] 뽀삐의 일기 58화

뽀삐는 답답한 시국에 가족들과 사이다를 마셨어요.

by 겨울방주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은행강아지 뽀삐!


이번 주 뽀삐의 일상은......


주중에는 은행·과제·아침논평·사법쿠데타 규탄 집회에 주말에는 서울 행사까지 소화하며 ‘쉬고 싶다’와 ‘그래도 싸워야지’ 사이를 오가며 주일에는 교회에 예배드리고 온 이후 아무것도 안 한 한 주였습니다!











2025년 05월 05일 월요일 비 �


아침에 일어나 눈 비비고 씻은 다음, 따끈한 밥을 먹고 약도 챙겨 먹었다. 그 뒤로는 그냥 푹, 아주 푹 쉬었다. 점심도 먹고 또 쉬다가, 저녁도 먹고 약 먹고 또 쉬고. 아버지가 사이다 좀 사 오라고 하셔서 다녀왔는데, 나도 한 잔 같이 마셨다. 요즘 답답한 일이 워낙 많으니, 가끔은 이렇게라도 사이다 한 모금이 필요하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다가 밤늦게 책 조금 보고 일기를 쓴다.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 솔직히 너무 귀찮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쉬고만 싶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제대로 이뤘다. 이렇게 실컷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쉰 다음에, 다시 기운차게 시작해 보는 거다.



2025년 05월 06일 화요일 비 �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약까지 챙겨 먹은 뒤 또 살짝 늘어졌다. 오늘도 하루 종일 큰일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점심을 먹고 한숨 쉬다가, 오후에는 대학원 강의를 들었다. 중간에 다시 밥 먹고 약 먹은 다음, 이어서 강의를 더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이번 에세이는 어떤 걸 중심에 두고 써야 할까? 어떤 주제로 ‘위헌/합헌’ 논증을 해볼까? 이리저리 고민이 많다. 그래도 이 모든 게 연습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나중에 시사 이슈를 두고 법적으로 논리를 세우는 데, 오늘의 고민들이 분명 작은 키워드가 될 거다. 지금까지 브런치스토리에 써 온 논평은 솔직히 말하면 “연습용 장난”에 가깝다. 연습이 조금씩 쌓이면, 언젠가는 더 정교해지겠지. 오늘도 비가 내렸다. 5월인데도 꽤 쌀쌀했다. 작년보다 훨씬 더.



2025년 05월 07일 수요일 맑음 ☀


아침에 일어나 먼저 밥을 먹고, 씻은 뒤 말씀을 읽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기를 미리 쓴다. 왜냐고? 퇴근하자마자 법원 앞으로 뛰어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에 의해 짓밟힌 국민주권을 놓고,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하려고 한다. 집회까지 다녀오면 밤늦게 돌아올 텐데, 지친 상태에서 또렷한 정신으로 일기를 쓸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미리 적어두는 중이다. 대법원은 국민의 주권을 짓밟는 판결을 내렸다. 정확했던 2심 판단을 무시하고, 사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1심 판결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 온 듯한 판결을 내렸다. 그건 그냥 재판이 아니라, 대선에 개입한 행동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선 결과를 “정치가 아니라 판결문”으로 정해버린 셈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걸 ‘사법쿠데타’라고 부른다. 오늘 하루도 은행에서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점심 먹고, 다시 근무하는 하루일 거다. 하지만 퇴근 이후의 나는, 법원 앞에서 또 다른 하루를 이어갈 것이다.



2025년 05월 08일 목요일 맑음 ☀


아침에 씻고 밥·약을 먹은 뒤, 책상에 앉아 글을 조금 쓰고 과제물도 손봤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 차를 타고 은행으로 출근했다. 근무 준비를 조금 해 두고, 책을 읽다가 9시가 되자 문을 열었다. 고객을 맞이했는데, 오늘은 딱히 특별한 사건 없이 평온하게 하루가 흘렀다. 그래서 그저 감사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12월 3일 비상계엄 때는 한순간에 깨져버릴 뻔했다. 조금만 잘못 흘렀다면 나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13시에 복귀했다. 오후에도 별 탈 없이, 다만 오전보다는 조금 더 바쁘게 시간이 흘렀다. 16시에 문을 닫고, 16시 37분쯤 팀장님 지시로 우체국에 우편물을 부치러 가며 퇴근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먹은 뒤에는 시민 팩트체커 모임에 참여해 실습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제 다시 아침 논평용 글을 쓰고, 과제물도 마저 써서 오늘을 완전히 마무리해야겠다.



2025년 05월 09일 금요일 맑음 ☀


아침에 씻고 밥·약을 먹고, 글을 썼다. 과제물도 조금 작성하다가 아버지 차를 타고 은행으로 출근했다. 근무 준비를 조금 마친 뒤 책을 읽고, 9시가 되자 문을 열고 고객을 맞이했다. 오늘도 큰 사건 없이, 평온하게 근무할 수 있었다. 그게 참 다행이고, 그래서 더 하나님께 감사한 하루다. 팀장님 지시로 13시에 점심을 먹고 14시에 복귀했다. 토끼 팀장님은 출장을 가신 것 같았다. 그래도 오후 근무는 평온하게 지나갔다. 16시에 문을 닫고, 16시 50분쯤 우체국에 우편물을 부치러 가며 퇴근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먹은 뒤, 잠시 놀다가 일기를 쓴다. 이제 일기를 다 쓰면, 오늘 올라온 신문 사설에 대한 나만의 입장문도 적고, 과제물도 마저 써서 하루를 정리할 예정이다.



2025년 05월 10일 토요일 맑음 ☀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이불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잠시 더 뒹굴다가,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씻고 집을 나섰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뒤, 공항 카페에 잠깐 앉아 기획안을 작성했다. 작업을 마치고 9호선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까지 간 뒤, 3호선으로 갈아타 경복궁역에 내렸다. 바로 참여연대로 가서, ‘내란정국 5개월 동안 폭싹 속았수’라는 행사에 참여했다. 각자 지난 5개월 동안 내란 정국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동십자각으로 함께 이동해, 사법부 규탄 집회에도 참여했다. 6시쯤 동십자각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 도착해 전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집에 돌아왔다. 씻고 침대에 몸을 던진 뒤, 오늘 일기를 쓴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조금은 덜 답답해진 것 같다.



2025년 05월 11일 일요일 구름 ☁


아침에 씻고 밥·약을 먹고, 잠시 쉬다가 혼자 교회에 다녀왔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이라 교회 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잔치를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나와 버렸다. 집에 오는 길에 라면을 사 와, 씻고 나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 뒤로는 그냥 누워서 하루 종일 쉬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저녁에는 간식을 조금 먹고, 다시 막장소설을 손봤다.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일기를 쓴다. 오늘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이었다. 주말에는 과제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오호통재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래도 석사과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살짝 불안하지만, 내일의 나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 본다.











다들 힘내서 다음 주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힘차게 달려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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