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매일 토를 했을까

by 달이


21살, 자취를 시작하고부터

나는 내 몸에 거의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다.

전신거울 아래에는 체중계를 놓아두었고

잠들기 전, 아침에 일어난 뒤

하루에 최소 두 번은 몸무게를 확인했다.


어느 날은 55kg

다음 날은 56kg


단 1kg 차이로 하루의 기분이 완전히 달라졌다.


“왜 쪘지?”


이 1kg를 없애려고 2시간을 걸었고,

하루 종일 금식하기도 했다.


평발이라서 오래 걷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보다 살찌는 게 더 싫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몰아붙였다.


먹은 것도 없이 2시간 내내 걷다 보니,

가끔은 눈앞이 하얘지고

어지러워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살만 빠지면 된다고 믿었다



자취를 하면서부터는

통금도 간섭도 사라진 탓에

밤새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 술은

나에게 또 다른 루틴을 만들어줬다.


'토하고, 자고, 또다시 토하는 생활'


어느 날은 숙취 때문에

심하게 토하고 잠들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몸무게가 2kg이나 빠져있었다.


운동해도, 굶어도 빠지지 않던 그 숫자가

토를 하니까 바로 줄어 있었다.

그건 나에게 너무 기쁜 일이었다.



"먹고, 토하면,

몸무게는 그대로인 거네? "


그 어리석은 생각을 믿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매일 밤 변기를 붙잡고

모든 걸 게워냈다.


숙취가 심하지 않아도,

토할 이유가 없어도,

'살이 찔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오면

나는 곧장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렇게 한 달을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새 내 몸은 49kg가 되어있었다.


"요즘 예뻐졌다? "

"요즘 전성기야~"


칭찬이 들릴수록 나는 더 위험한 확신에 빠져들었다.


'아, 이 길이 맞나 보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면 돼. '


그때의 나는

이 모든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49'라는 숫자만 보고 기뻤다.



어느 날은 일어나자마자

속이 텅 비어 꼬르륵거렸다.

전날 밤에도 토해서 위가 완전히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해장국 한 그릇을 비웠고

잠깐동안은 안도했지만, 곧바로 불안이 밀려왔다.


"이대로 소화되면.. 나 살찌겠지?"


거울을 보니 붓기 때문에 퉁퉁 부은 얼굴과

풍선처럼 부풀러 있는 배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못생겨 보였다.

그 순간, 심장이 쿵쿵 거리며

초조하고 두려운 감정이 올라왔다.


결국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

억지로 손가락을 넣어 모든 걸 토해냈다.


목구멍은 찢어질 듯 아팠고

어느새 피가 섞여 나왔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못했다.


이렇게 안 하면

살이 찔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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