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보낸 구조요청

by 달이


심장이 쿵쿵, 쿵--....


낯설면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평소처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가슴벽을 두드리듯 뛰었다.

다리는 달달 떨리고, 손끝도 차가워졌다.


‘이 느낌, 또야?’


고등학생 때도 비슷했다.

그때도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에 휘둘려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었다.


또다시


쿵쿵, 쿵--....


짐을 부랴부랴 챙겨 도서관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편의점을 들러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요동치는 심장을 “음식”으로 눌러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무엇이든 입안 가득 밀어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뛰는 가슴도 잠시 조용해질 것 같았다.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짐도 안 풀고 바닥에 주저앉아

손에 잡히는 대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리고 마지막 한입을 삼키는 순간,

음식이 목끝까지 차올라 밀려나올 것 같았다.


“우웩,, 우엑..”


얼마나 토를 했을까.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헛구역질만 몇 번이고 반복됐다.


숨이 차고 온몸의 힘이 빠져

그 상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뺨을 따라 눈물이 흘렀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셀 수없이 반복해 온 폭식과 구토.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게워냈던 탓에

검지손가락 윗부분엔

윗니에 눌린 자국이 상처처럼 남아 있었다.


한동안 나는 이런 행동을

‘다이어트 강박’ 때문이라고만 믿었다.

살이 찌지 않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그동안의 나는

버티고 , 무너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심장이 쿵쿵 뛰던 그 순간들은

단순한 다이어트 강박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던 구조신호였다는 것을.


누군가의 말, 표정, 사소한 행동.

그 외부 자극들이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을 건드릴 때,

숨겨둔 상처와 두려움들이 자극받을 때,

내 심장이 먼저 경보처럼 울렸다.


“지금 무너질 것 같아.”

“지금 흔들리고 있어.”


나는 그 떨림을 감당하지 못했고,

음식으로, 구토로 눌러버리려 했던 것이다.


다이어트 문제가 아니었다.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이

몸을 통해 외치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쿵쿵거림은

내 안의 감정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을.


그리고 심장이 뛰면,

나에게 먼저 묻는다.



“지금, 뭐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어?”


“어디에서 자극을 받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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