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끝에서 만난 한 사람

by 달이


힘들었던 나의 대학 시절,

내가 버틸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숨구멍은

지금의 남편, 그때의 남자친구인 ‘동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동이를 만나는 날 만큼은 숨이 트였다.

나를 옥죄이던 불안도, 우울도,

끝없는 자기 비난도,

잠시나마 멈춰 서는 것 같았다.


항상 나를 웃게 해 주려고 애쓰던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동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늘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있었다.


먹고, 토하며, 또다시 먹고, 토하는

몸으로 감정을 쏟아내던 나였다.




학교생활은 늘 숨이 막혔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품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뜻밖에 나타난 사람이 동이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동이 앞에서는

닫혀 있던 마음이 스르르 열렸다.



처음 마주한 순간,

그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다.


따듯했다.

어색한 수줍음도,

나를 좋아하는 순수함도

그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리가 정식으로 교제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서로의 마음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동이는 졸업했고,

4시간 떨어진 지역으로 취업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쉬는 날마다, 아무리 피곤해도

나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차가 없었던 동이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며

긴 이동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다.

그 모든 이유가 오직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그는 언제나

나에게 따듯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나에게

몰래 용돈을 챙겨주던 손,

자취방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고 가던 모습,

겨울이면 한 박스씩 사다 놓던 귤.

그런 작은 진심들이 지친 내 마음을 매번 살짝 들어 올려주곤 했다.


그렇게 사랑을 건네던 동이에게

나는 천천히, 조금씩 스며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에게 사랑보다

'의지'를 더 크게 안고 있었다.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의 무게를

그에게 기대고 있었다.


동이가 없으면 나는 너무 쉽게 무너질 것 같았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동이 옆에서는 잠시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감정의 형태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결혼이라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 뒤에는

여전히 알아주지 못한 나의 마음이 조용히 숨어 있었다.




언젠가 토를 하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결혼하고도

이렇게 변기를 붙잡고 있지는 않겠지?”


하지만 결혼 후,

나는 똑같은 자세로

또다시 변기를 붙잡고 있었다.


'이게 뭐지?'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대학생 때와 똑같이,

먹은 것을 게워내고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늘 그랬듯, 몰래

아주 몰래.

동이에게조차 들키지 않으려고

혼자서 반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