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타일은 왜 비쌀까? (2)

알고보면 저렴한 이태리 타일 이야기

by Munthm 지오그라피

앞선 편에서 이태리 타일은 사실 저렴하다는 이야기로 끝맺음을 했는데, 가격 차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1. 디자인과 R&D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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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회사들에도 R&D 팀과 디자인팀과 랩실이 있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공장들의 R&D, 디자인실, 랩실은 촬영이 불가능하므로 핀터레스트에서 그나마 비슷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원료도 차별화 되는 특수 제품라인 제외하고 일반 제품들 기준으로 이태리 제품이나 중국산이나 거의 비슷하고 명품 브랜드들처럼 '로고'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machinery 설비도 동일하니 사실상 겉면으로만 봤을 때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입니다.

명품브랜드들은 로고플레이를 통해 '트레이드마크' 형식으로 값을 더 받는 명분을 덕지덕지 붙일 수 있지만, 건축자재들은 그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3D로, material 하나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가구들과 욕실 자재들의 경우 소박하게나마 자신들의 로고를 새길 수라도 있지, 2D 형식으로 아예 붙어버리는 타일들은 뒷면에 간혹 로고를 붙이는 경우가 있으나 그 로고를 최종 엔드유저가 볼 일은 없죠. 그대로 붙어버리니 로고를 보고 만족하는 것은 시공자들이 "아 붙일 때 보니까 품질 좋더라고." 정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디자인과 R&D의 낙수효과(?)의 은총은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그 온기가 전달되지 못하고, 제품이 시공되는 그 마지막 순간에 생명력을 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돈을 R&D에 투입했다고 한들, 이 비용은 B2B에서 '수주'를 위해 투자되는 소모성 금액이지, 실제로 최종 판매 단계에서 판매가에 적절히 녹여 회수가 가능한 금액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2. 재고 회전율 2 미만의 세계로

뜬금없는 재무회계 용어가 나왔습니다. 물론 저는 전공자가 아니지만, 대다수의 타일 회사들이 1년 동안 재고 회전이 2 미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정말 깜짝 놀랄 것입니다. 결국 타일의 신제품이 자주 나오지 않는 이유는 '재고'의 습격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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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신제품이 대부분의 브랜드들에서 출시되는 시점은 매년 9월, 이태리 페어를 전후로 출시됩니다. 겨우 1년에 한 번 출시를 하는 것이고, 그마저도 '콜렉션' 형식으로 막 패션브랜드들처럼 시즌별로 우수수 신제품이 쏟아진다기 보다는, 끽해봐야 1~2가지 시리즈 출시하면 '정말' 많이 출시하는 것이고.

그마저도 5년전 히트했던 상품의 upgrade 버전 이런식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진짜 진짜 신제품은 3~4년에 한 번 정도 출시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1.에서 나온 R&D 비용 조차도, 실제로 제조사들이 R&D에 사실 투입하는 비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태리 타일은 돈을 왜 많이 받느냐? 가 결국은 재고 보유 때문이라는 것이죠!


중국 공장들의 대부분은 OEM 제조를 도맡아 하는 공장들입니다. 그들은 디자인팀은 있으나 기술 R&D는 보통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어차피 똑같은 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에 현지 사무소를 차려놓은 기술부서와 원만히 협의하면 제품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간접적으로 이전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들은 단지 유망한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면 될 것이고, 고객들이 알아서 최신 유행하는 이태리 디자인 샘플을 들고 오면, 그것을 스캔하여 디자이너들이 적절히 자신들 설비 셋팅값에 맞게 디자인 수정을 거치고, 그에 맞는 유약 등을 기술 부서와 협의한 뒤 생산을 할 따름인 것입니다.


사실 이건 이태리 등의 유럽제조사들에게는 악순환인데요.

신제품을 출시하면 -> 6개월 정도 이내에 중국에서 카피가 가능합니다 -> 카피된 제품이 판매가 활발해지면 오리지날 제품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재고가 남기 시작합니다 -> 늘어난 재고는 신제품 출시의 추진력에 방해가 되고 ->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기 시작하면 중국 공장과의 디자인/기술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 공장들의 장기 경쟁력이 차츰 감소하여 일거리를 점점 뺏기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재고 회전율 2의 역설이기도 한데요.

중국 공장들이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때, 유럽 공장들은 열심히 감나무를 심어 미리 감을 따서 이쁘게 포장을 해놓고 소비자들에게 적극 어필 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약 6개월~1년. 그리고 이태리 프리미엄 하나만을 믿고 재고를 우다다 생산해놓고 소비자를 기다리는 것이죠.

mml-3-1.jpg 저희 주요 협력 말레이시아 공장에 구축된 최첨단 창고 설비

아마 제조업 경험이 있으시거나, 제조업체들과 커머스를 해보셨거나 하는 분들은 재고의 무서움을 잘 아시겠죠. 특히 타일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위 사진과 같은 이런 어마무시한 설비가 필요하게 됩니다. 실외에 투박하게 적재해두면 나무 팔렛트는 썩어 문드러져 제품을 재포장 하는데 인건비가 제품값보다 더 비싸지게 됩니다. (결국은 노동-자본 집약적 산업인 것 같군요)


3. 심지어 MOQ는 5,000m2 / 그것도 색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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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MOQ (Minimum Order Quantity ; 최소발주수량)는 가장 중요한 팩터입니다. 아무리 싸고 좋다한들 한 번에 5,000개씩만 팔겠다고 하면 갑자기 부담스러워지는 것이죠. 아디다스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주요한 제조전략 중 스마트 팩토리 전략은 동남아 OEM 공장에서 5,000 / 만개씩 찍어야 하는 신제품들을, 100개 200개씩 소량으로 차라리 자국내 설비를 다시 가동시켜 제작하고 대신에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더욱 만들어낼 수 있는 소비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타일은 제품의 특성상 소품종 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킬른의 온도 = 엄청 큰 화덕의 온도인데 제품들마다 미세하게 온도 셋팅값이 다른데, 이 온도 하나 바꾸는데에는 보통 몇 시간씩 소요가 되는 작업입니다. 게다가 제품의 사이즈 별로 금형을 갈아 끼워줘야 하는데 타일 공장은 보통 온도 셋팅값이 중요하기 때문에 24시간 파바바바박 계속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고 있을 때 가장 효율이 좋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금형 갈아 끼우면서 발생하는 시간 손실은 고객들이 부담할 수 없는 비용인 것입니다. (게다가 그 갈아끼우는 시간에도 바로 생산에 들어가기 위해 온도 유지를 위해 에너지는 계속 사용됨)


결국은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그래도 5,000m2는 한 번에 생산을 걸어줘야 하는 것인데 이 수치가 감이 안오겠지만. 보통 화장실 1칸에 같은 제품으로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한국 아파트 기준으로는 20~30m2 입니다. 결국 300명의 소비자가 한 번에 똑같은 제품을 발주를 해줘야 공장에서는 1번 생산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5,000m2 가 생산되는 시간은? 그 시간이 겨우 3시간 정도면 생산이 완료가 됩니다. 무섭지 않나요?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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