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cm, 65kg. 미국에 입국하기 전 내 신체스펙이었다. 그런데 몇년동안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90kg 가까이 찌게 되었다. 햄버거, 피자, 멕시칸푸드같은 즉석식품들에 중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맥도날드같은 대형 패스트푸드매장에서는 고객유치를 위해(나쁘게 말하면 현혹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대비시켜놓고 있다. 인공조미료 사용, 설탕덩어리의 음료수부터 작게는 감자튀김의 식감까지 레시피를 전부 짜놓아 맛에 중독되게끔 만들어놓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중독자들 중 한 명이었다.
집가서 따로 요리 안해도 되서 편하고, 값도 싸고 얼마나 좋은 시스템인가! 라고 느꼈지만, 심각하게 불어나는 몸을 관찰하면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경각심을 가지고 첫 번째로 시도한 건 바로 운동이었다. 2~3일에 한번씩 턱걸이 연습한답시고 2~30개씩 깔짝대고, 팔굽혀펴기 한 50~60개 깔짝대고. 그렇게 설렁설렁 하다보니 몸무게는 둘째치고 근력의 변화조차도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우연치않게 '공복'과 '간헐적 단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되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선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공복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1일 1식을 하는 사람들 중에 직접 실천하고 있는 한 의사를 소개했다. 그는 '인간이 공복상태일때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시르투인 유전자가 촉진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여태껏 굶는것은 안좋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공복효과를 느껴보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본 그 날 바로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 달도 안 된 지금, 나는 약 11키로정도 감량한 상태이다. 나는 장기적으로 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붓기가 훨씬 빠르게 빠져버렸다. 여기서 내가 지켰던 철칙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1.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분포를 항상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무조건 스스로 직접 요리를 해야한다. 내가 요리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지만, 미국에서 요리하는 것들은 웬만큼 하는 편이다. 알리오 올리오, 까르보나라같은 파스타나 소시지,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사용한 볶음밥류를 주로 했다. 보통 파, 마늘을 베이스로 굴소스, 소금, 후추같은 조미료들은 원하는만큼 사용했다. 가끔 라면도 끓여먹었다. 탄수화물은 내가 줄일 수 있을 만큼만 줄였고(보통은 절반정도로), 대신 육류나 채소의 비중을 조금 더 늘렸다.
2. 1일 2식을 시작했다. 특히 저녁에는 아예 안먹거나 수박, 파인애플같은 과일 한 팩정도만 사먹었다. 저녁을 먹을 일이 있으면 웬만해서는 식후에 근력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저녁을 최대한 가볍게 먹다보니 일석이조로 새벽 3시~4시에 늘 깨던 습성이 사라지고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3. 최대한 오래 씹는다. '저작'의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왔고, 아이유가 효리네민박에서 굉장히 천천히 오래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왜 오래씹어야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포만감 때문이다. 소화가 잘되고, 포만감이 커지면서 과도한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고, 나 역시도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를 씹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는 양이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 내가 억지로 참고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들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서 못먹게 되었다.
만약에 억지로 막 타이트하게 식단을 쥐어짜듯이 했다면 하루이틀만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의외로 나에게 잘맞았고, 또 쉽게 적응을 했다. 공복감이 전혀 불편해지지 않았고,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생기는 피곤함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으며, 얼굴이 다시 갸름해지기 시작하고, 몸의 붓기가 빠졌다. 그에 따라 건강해지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면서 만족스럽게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