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순간에 눈물

초기 증상

by 이로브

피부 관리실 베드에 누워 관리사 선생님이 팩을 올려주길 기다리던 때였다. 일에 치여 한달여 만에 받은 피부 관리였는데 불금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나를 기특해하며 스스로 약간 충만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게 돈 버는 맛이지 하며.


분명 10분 전까지는 그랬다.


평소라면 팩을 얼굴에 올려두고 ‘잠깐만 쉬고 계실게요.’라는 피부관리사의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들었다가 피부관리사의 얼굴에서 팩을 떼는 손길에 잠에서 깼을 거다.


그런데 그 날은 달랐다. 팩을 얼굴에 올려두고 정신은 또렷한 채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응? 갑자기? 왜 눈물이 핑 돌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가 볼까 정신을 바짝 차리는 일이초 사이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요즘 좀 힘들었나, 일이 많았나 보다며 주말에 좀 쉬자고 생각했다.


팩을 닦아내고 개운한 느낌으로 피부관리실을 나섰다.


집까지는 차로 25분, 익숙한 길을 따라 늘 듣는 라디오를 켜고 머리는 비운 채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적색 신호로 바뀌고 사거리에 사람들이 오가는 그 모습을 보던 1분 사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찰랑거리더니 그 세기가 거세졌고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듯 했다. 그리고 순간 코가 벌렁거렸으며 곧바로 눈물이 차올랐다.

mayank-dhanawade-HuF1VgHHoWI-unsplash.jpg


아무도 없는 차 안, 나뿐인 그 상황이 안도감을 주었을까. 이번에는 차오른 눈물이 흐르던 말던 그대로 둬버렸다.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특별히 일이 꼬여 의뢰인에게 날카로운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고 판결 선고를 앞둔 패색이 짙은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나뿐인 공간에서 좀 울고 나니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감정 찌꺼기 같은 것들이 좀 사라진 듯했다. 홀가분해졌다.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 노래가 반갑다는 생각을 하며 눈물이 났던 방금 전 상황을 다시금 생각해볼 새도 없이 평정심을 찾았다. 집이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남편과 강아지가 있는 집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상관없어질 테니까.


사실 그때 눈물이 왜 났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그때도 지금도 모른다. 다만, 이후로 나는 또 다른 증상을, 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