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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일

<줄리&줄리아>를 보고

by 피큐


30살이 넘어 겨우 시작한 사회생활 걸음마. 남들보다 늦은 만큼 빨리 달려 나가야하는데, 따라 잡아야 하는데, 아장아장 발걸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뛰어가도 따라잡기 빠듯한데 제자리걸음뿐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SNS에는 결혼 준비를 시작한 친구들, 그럴듯한 직함을 단 친구들 소식 화수분처럼 끊기지도 않고 끊임없이 나온다. 시간과 대륙을 넘어, 미국에도 같은 마음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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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허름하고 낡은 건물 피집 위층으로 이사온 젊은 부부. 아내는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건물은 낡고 낙후됐고 피집에서 짠 내도 올라오고, 소란스러운 동네의 소음도 여과 없이 들려온다. 한때 촉망 받던 대학생 줄리는 이제 말단 공무원이 되어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들은 이제 자리 잡고 잘나가는 것만 같은데, 뉴욕 시내 중심가 멋들진 식당에서 밥 먹는 친구들과 피자 가게 위에 사는 나. 자꾸만 비교된다.


그럼에도 줄리의 곁에는 사랑스러운 남편이 있다. 어떤 사람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든든한 남편이다. 잡지회사 편집자 남편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평생 우상이었던 줄리아의 레시피를 1년 동안 모두 따라 해보자! 기한은 365일, 레시피는 총 524개. 다소 무리한 도전 같았지만, 줄리아 블로그의 독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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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줄리의 우상 줄리아는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 생활을 시작하게 된 여인이다. 까칠한 파리지엥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 만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한 성격의 줄리아. 그녀에게 파리 생활은 천국과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에게는 파리는 신세계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프랑스 음식을 계속 맛본 끝에 직접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한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꿈꿔 왔지만, 시대상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던 시기였다. 모두가 무시하고 해낼 수 없을 거라 여겼지만, 그녀는 끝끝내 프랑스 요리 학교를 수료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진 요리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 줄리가 줄리아의 레시피북을 따라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줄리는 이 도전 끝에 꿈꾸던 작가가 되었고,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단순한 도전이 이런 멋진 결과를 낳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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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다시 들어가, 나의 계정을 살펴본다. 멋진 공연도 보았고, 책도 냈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의 계정 못지않은 반짝이는 추억들이 가득하다.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진다. 그리고 올해가 100일 남짓 남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작은 도전이어도 좋을 것이다. 나의 속도 대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게.


오늘부터 하루 한장 사진을 찍어, 사진 일기를 올려 봐야지.



written by. 생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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