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녀는 괴로워>, 나는 누구일까?

by 피큐

나는 아무도 모르는 유명 가수다. 수많은 팬들은 오늘도 나의 노래를 듣고 환호한다. 팬들은 나의 노래를 사랑한다. 나도 노래를 부를 때 행복하다. 하지만 대중들은 내가 누군지 모른다.


만석으로 꽉 찬 콘서트장, 화려한 무대 장치와 가수를 향해 내려쬐는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 그 아래에 나는 없다. 나는 무대 장치 뒤, 아무도 볼 수 없는 비밀 공간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아미의 립싱크 가수다.


사람들은 날씬하고 예쁜 아미의 무대를 보고 환호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거울로 볼 때마다 아미와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뚱뚱하고 초라한 모습이라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한상준, 아미의 음악 프로듀서다. 그는 나의 음악적 재능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가 나에게 준 따뜻한 손길이 나에게는 큰 빛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티를 내고 싶지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퀵서비스로 빨간 원피스가 배달됐다. 거기엔 상준이 보낸 작은 편지도 함께 있었다. “오늘 생일 파티에 보내드린 옷 꼭 입고 와 주었으면 해요.”


그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생일 파티에 입고 오라며 드레스까지 준비해 주다니! 드레스가 꽉 껴서 불편하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파티에 참석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의 반응은 차가웠다. 나를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보는 그의 눈빛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를 위해 원피스를 입고, 자리에 앉은 나 자신을 위로하며 즐기기로 했다.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원피스와 옆자리에 앉힌 그가 나에게 준 소소한 배려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화장실에서 상준과 아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강한나 좋아서 잘해 주는 거 같아? 네가 그렇게 지랄 안 해도 걔는 거울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는 애야. 걔는 재능 있어도 못생기고 뚱뚱해서 불쌍한 애고. 잘 들어. 걔는 널 위해서 존재해. 우린 강한나 이용하는 거야. 이용."


그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상준은 나를 그저 밸런타인 30년 산 양주를 먹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지? 그 모든 노력이 무의미함을 깨닫자, 삶의 의미를 잃고 말았다. 만약 내가 아미처럼 날씬하고 예쁜 여자였어도 그렇게 말했을까? 나도 이쁘게 태어났더라면, 날씬했더라면..! 그날 이후로 외모가 변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나는 목숨을 걸고 전신 성형수술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제 나는 울어도 예쁜 사람이 되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 길거리 한복판을 돌아다녀도 모두 나를 보며 예쁘다고 감탄한다. 입고 싶은 옷도 막 사 입고, 누군가는 내 미모에 홀려 교통사고가 나도 봐준다. 더 이상 나는 예전의 나, 강한나가 아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는 '제니'라는 이름으로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제 과거의 강한나는 지우고 예쁜 제니로만 살아갈 거다.



제니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나. 외모가 변한 덕분에 상준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제 그는 나를 예쁜 제니로 보고,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 하지만 변한 외모만큼 내 마음도 변하고 있는 걸까? 예전의 나, 강한나는 점점 사라져 가는 듯했고, 그에 따라 내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도 점점 멀게 느껴졌다. 나를 위해 따끔한 조언을 해주던 친구의 말도 이제는 귀찮게 느껴졌고, 치매에 걸려 나를 엄마로 생각하는 아빠의 기억도 점점 무겁게만 다가왔다. 나는 점점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고 외모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보이는 것,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다.


나는 점점 제니와 강한나 사이의 이도저도 아닌 누군가가 되어 혼란스러웠다. 어느덧 내 마음속에서 점점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가 사라져 가고, 더 이상 내 안의 진짜 강한나로 노래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인이 기대하는 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혼란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립싱크 가수가 아닌 내가 주인공인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 전, 누군가 뚱뚱했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했다.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날 위험에 처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초조했다.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그때 상준이 내게 말했다.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위해서 노래하라고." 그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고, 나는 무대에서 숨겨왔던 과거와 내 진심을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2a6eef877ddeabdd811e05b328c52a4d.jpg


"성형을 했습니다.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친구를 버리고, 아빠를 버리고, 나 자신도 버렸어요···."

나는 나 자신을 고백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이제 제니는 없어요. 못생기고 뚱뚱했던 한나의 노래를 한 번만 들어주세요."


그 순간, 거짓된 자아를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숨겨왔던 진짜 내 모습, 진짜 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음악이 흐르며, 내가 진짜로 갈망했던 나를 되찾기 위해, 내 진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때, 나는 강한나로 다시 태어났다. 제니라는 가짜 자아를 벗어던지고, 다시 나만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좋아. 나는 더 이상 예쁘고 잘 나가는 제니가 아닌, 가수 강한나로 사람들 앞에 설 거다.


written by. 감자도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애스터로이드 시티>, 원래 조금은 불편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