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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인 Oct 15. 2024

[좋은 숙소 나쁜 숙소]

사실 집이 최고입니다



 이번 주제는 숙소다. 

 내가 그동안 가봤던 숙소 중에 최악이었던 곳과 최고였던 곳을 뽑아보겠다. 

 그것만 하면 소득이 없으니까 좋은 숙소 잡는 팁도 좀 얹어드릴게. 




 먼저 최고의 숙소!

 기분 좋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좋으니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산토리니에 있는 'Morning Star Traditional Houses'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출을 볼 수 있는 테라스가 딸려있는 그리스식 호텔이다. 그리스 편을 보신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산토리니까지 가는 여정이 정말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돈 좀 쓰자싶어 호텔을 예약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오길 잘했어'라고 쾌재를 불렀다. 


 말그대로 그리스식 건물이라 흰색 벽에 파란 대문이었다. 

 산토리니 이아마을과 거리가 꽤 멀었지만 나름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좋았다.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 위치한 이 호텔은 오르막 길을 한참 올라야 있는데, 올라간 만큼 좋은 뷰가 펼쳐져 있어 보람차다.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테라스다. 

 호텔에는 주스, 포도, 빵, 과자 등 먹을 거리가 많았다. 나는 커피를 끓이고 그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테라스로 나가 일출을 보며 조식을 먹었다. 정말 행복했다. 






고작 이런 게 최고?라고 느끼셨다면 유감

 


테라스에서 본 일출




 두 번째는 호스텔이다. 

 바로 스위스 인터라켄에 있는 'Chalet Hostel'!

 내 생에 가본 호스텔 중 가장 깨끗하고 큰 호스텔이었다. 비록 1박에 81,000원 대라는 사악한 가격이었지만 스위스 물가를 고려해보면 납득 가능한 정도다. 


 내가 놀랐던 점을 몇 가지 꼽자면, 일단 깨끗한 수건을 준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자다. 

 주방이 아주 크고 식기류가 부족하지 않았다!

 침구류, 샤워실, 방, 복도 등 더러운 곳이 없었다!

 리셉션 직원들이 일을 친절하고 빠르게 잘 처리해주었다!

 심지어 조식을 준다! 그것도 다양하게! 토스트! 요거트! 오렌지주스! 시리얼! 치즈!


 지내는 동안 너무 감동스러웠던 곳이다. 단점이 있다면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경주에 수련회 온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숙소 앞 전경, 다른 투숙객이 있어서 방은 못 찍엇다
아주 깨끗했던 주방,여기서 삼시세끼 라면을 끓여먹었지

 

 

 




 이제 최악의 숙소에 대해 말할건데, 디테일한 정보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배달의 민족 리뷰를 쓸 때도 '사장님만 보이게' 쓰는 편이라... 

 


 보스니아에서 모텔에 갔다. 

 이름은 ***호텔이다. 애매한 게 외국에 있는 모텔은 스스로를 모텔이라 칭하지 않는다. 누가봐도 모텔인데 말이다. 입구에서부터 지하던전의 향기가 났다. 아니나다를까 체크인 과정에서부터 쉽지 않았다. 부킹닷컴에서 미리 예약하고 온 거라 분명 도착 예정 시간을 기재했고 실시간으로 호스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모텔 앞에 도착한 뒤 40분 넘게 기다려야했다. 주인장이 대체 뭘 하러 나갔는지 감감무소식.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메일까지 보내고 나서야 문을 열어주러왔다. 


 모텔의 분위기는... 지구가 멸망한 뒤 50년이 지난 시점, 살아남은 마지막 인류가 모여 사는 부락 같았다. 식량난에 시달려 뼈 밖에 안남은 사람들이 겨우 생을 연명하는 곳, 거친 자만 남아 곳곳에 피비린내가 나는 곳... 실제로 그정도는 아니지만 내 뇌리에 박힌 이미지가 그렇다.  


 방 구조가 특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짧은 복도가 보이고 그 끝에 화장실이 딸려있다. 반층 계단을 올라가면 침대가 있는 마루가 나온다. 속이 울렁거릴정도로 퇴폐적인 느낌이 들었다. 방만 뚝 떼어놓고 보면 목장에 딸려있는 농막같았다. 흰개미가 여기를 장악하면 최소 3일 안에 무너질 듯했다. 


 음, 여기까지는 최악의 숙소라고 뽑힐 정도는 아니다.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삐걱거리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와이파이는 잘 터졌던 걸로 기억). 그런데 내 팔에 뭔가가 스물스물 지나갔다. 뭐지? 싶어서 손으로 냅다 내리쳐 잡았다. 자세히 보니 배드버그였다. 

 충격. 

 내 몸을 대놓고 기어다니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그 길로 당장 주인장에게 찾아가 배드버그를 발견했다며 방을 옮겨달라고 했다. 다행히 물리지 않았지만 짐을 다 세탁하느라 진땀을 뺐다. 


 두 번째는 다른 투숙객과 부딪친 사건.

 둘 째날 부터 내 방문 앞 로비 소파에 앉아 담배를 펴대는 아저씨가 있었다. 담배를 무슨 산소호흡기 정도로 생각하는지 5분에 한 대 씩 피웠다. 처음에는 '저 사람은 분명 오래 못 살 거야 더 많이 피워대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지자 복도는 물론 방 안까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또 한 가지. 그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한 두 시간이면 참겠는데 3시간 동안 왁자지껄 파티를 여셨다. 새벽 1시 쯤 이건 아니다 싶어 잠을 자고 싶으니 제발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경고를 날리고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떠드는 소리가 멎었다. 


 그 짓거리를 3일 내내 당했다!

 정말 최악의 숙소였어. 






창문을 열면 도로 소음 닫으면 담배 연기
눅눅하고 냄새나는 이불과 배게
미친 살인마가 방금 사람을 죽이고 청소한 듯한 화장실












 마지막으로 좋은 숙소를 고르는 팁. 

 당신이 배낭여행자라면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 구글맵이나 숙소 예약 플랫폼(나는 주로 부킹닷컴을 이용한다)에서 주요 관광지와 가장 가까운 곳 중에 주어진 예산에 맞는 숙소를 골라라. 

 돈을 아끼겠다며 외곽에 있는 숙소를 구했다가 교통비가 더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다음은 위생. 이 부분에서 깨끗한 숙소를 알아보는 지표는 역시 한국인 리뷰가 많으면 된다. 

 한국인 리뷰가 많을수록 깨끗하다. 유럽이나 중동 사람들이 깨끗하다고 쓴 리뷰를 보고 가보면 사실 더러운 경우가 많다(그들은 위생 기준이 어느 정도인 걸까?).


 만약 당신이 즉흥적인 여행자라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게 꺼려진다면, 여기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나도 최근에 알게 된 팁인데, 그럴 땐 예약 플렛폼을 통해 예약하는 게 아니라 숙소 정보란에 기재된 메일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예를 들어, 몇월 며칠에 예약하고 싶습니다라고 메일을 보내면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복잡한 환불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취소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건 추가적인 조언. 

 당신이 호스텔에 묵는다면, 그 이점을 적극 활용하길 추천한다. 호스텔 리셉션에 앉아 있는 사람은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숨겨진 관광지라던지 이 지역 최고의 맛집이라던지, 최대한 귀찮게 굴며 많은 것을 물어본다면 더 다채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좋은 숙소를 구해 편안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 

이번 부록은 이쯤에서 마무리. 본편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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