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칠 수 없는 걱정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 내지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by 숭늉

저는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알고리즘과 상당히 닮아있단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리고 학부 때에 심리학을 전공하며 이 비유를 나름 그럴듯하게 발전시켰지요.


유튜브로 운동 영상을 검색하고 시청하면, 알고리즘은 이후에도 유사한 영상을 계속 추천합니다. 몇 달간 운동 영상만 줄기차게 재생한다면, 알고리즘은 이제 중대한 국가적 뉴스보다도 홈 트레이닝 영상을 먼저 띄웁니다.


이처럼 나의 세계가 견고해지는 과정은 때로 객관적 세계와의 단절과 편향된 시야를 수반하기도 합니다.




우리 뇌가 작동하는 원리도 이와 일면 유사합니다.


특정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하면 관련된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시켜, 종국에는 가벼운 자극만으로 해당 연결이 활성화됩니다. 기억과 학습의 기본 원리 중 하나입니다.


이는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때에 유용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기억을 회상하고 걱정을 반복할 때에도 이러한 시냅스 가소성은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저 사람이 나를 떠나지는 않겠지.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내게 다시 그런 일이 닥친다면?

그에게 들은 말이 자꾸 맴돌아.

나는 사람들을 또 같은 일로 실망시키고 말거야...


이와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끝없이 반복한다면 종국에는 이에 '사로잡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소한 걱정과 집착부터 병리적인 수준에서는 불안과 강박사고까지, 내 마음과 생각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 때 그로부터 새로운 불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내면에 대한 인지가 2차적인 불안을 낳는 셈입니다.


따라서 현재 머릿속에 불건강하고 눅눅한 생각들이 자주 떠다닌다면, 머릿속 알고리즘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스스로에게 적용하기 위해 만든, 소위 '생각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4단계 지침'입니다. 권위 있는 학자의 제안 같은 건 아니니,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1단계> :

유튜브 알고리즘에 해당 영상이 뜨지 않게 하려면, 우선 해당 영상이 올라왔을 때 재생하지 않아야겠지요. 관성적으로 클릭하고 빠져드는 순간, 알고리즘이 '역시 너는 이런 영상을 좋아할 줄 알았어"라며 더욱 확신을 갖고 유사 영상을 추천하게 됩니다.


불안한 생각이 들 때에도, 생각에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늘 하는 그 걱정, 그 생각, 그 장면을 상상하려 든다면 의도적으로 끊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코끼리를 상기시키듯,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2단계>

이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새로운 썸네일의 영상은 유혹적으로 사람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결국 또 눌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 땐 다른 검색을 통해 알고리즘을 덮어야 합니다. 지긋지긋한 운동 영상 대신 이번에는 주식투자와 뉴스 채널을 검색하고 구독하였습니다. 새로운 관심사에 대한 정보는 기존 영상의 빈도와 비중을 줄여나가도록 도와주고, 마침내 알고리즘은 나의 흥미를 재탐색할 것입니다.

나의 일상에도 새로운 컨텐츠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취미, 새로운 식당, 새로운 책! 뇌의 알고리즘의 주의를 끌 신선한 주제들을 주기적으로 내 삶에 밀어 넣으세요.


우리가 가진 시간과 인지적 자원은 제한적이기에, 새로운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나를 사로잡던 생각은 옅어집니다.


<3단계>

새로운 영상으로 덮던 와중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이미 손 쓸 수 없게 엉망입니다. 그냥, 초기화하는 편이 낫겠어요.

일상의 새로움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새로움을 꾸준히 탐색할 에너지가 없는 경우라면, 기반이 되는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직장이든, 사람이든, 집이든, 심지어는 나라까지, 바꾸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근원을 찾아 리셋 버튼을 누를 시간입니다.


뿌리 깊은 문제에는 과감한 혁신을 처방합시다.


<4단계>

망할 놈의 알고리즘을 고치기 위해 혼자 해볼 수 있는 것이 다 해봤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알고리즘은 특정 영상을 집요하게 띄웁니다. 이쯤 되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편이 빠를 것 같아요.

매일의 일상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는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의 알고리즘이 이상하리만큼 불필요한 걱정이나 특정한 생각을 고집한다면, 전문가와 함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입니다.


오랜 주저함이 무색하리만큼 진단과 처방은 신속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효과를 볼 때까지 필요한 노력은 각기 다른 법입니다. 앞선 단계의 노력으로 해결된다면 뒤의 단계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겠지요.


다만, 나의 걱정과 생각에 뚜렷한 이유가 없거나 만성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면, 홀로 사투하는 것보다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마무리하며,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문장을 한 번만 다시 반복하겠습니다. 돌아서서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잊으시더라도, 이 문장만은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뇌의 알고리즘의 주의를 끌 신선한 주제들을 내 삶에 주기적으로 밀어 넣으세요.



삶의 대부분의 문제에 도움이 되는 해법입니다.





시간은 고맙게도 망각의 축복을 선사하고, 사람은 다행히 회복합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말은 사실 참 따스한 위로이기도 하지요.



뇌의 검색엔진에 불안이 낳는 새로운 불안을 검색하는 대신, 하나씩 바로잡아 봅시다.



결국엔, 괜찮아지는 날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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