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사진 출처: pixabay)
"백 명의 친구보다 한 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는 오랜 격언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도 좋은 약재를 수십 가지 쓰는 것보다 나쁜 습관 하나 고치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 될 때가 있듯이, 인간관계에서도 내 편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기본적 매커니즘은 생존 욕구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적대적인 타인과 대치하는 상황을 본능적으로 위협으로 해석하고 편도체가 경보 사이렌을 울립니다. 삐용삐용, 김 부장 방금 나 노려봤음.
그렇다면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나 자신부터 어떤 사람이 싫은지 생각해 봅시다.
부정적인 사람, 고집 센 사람, 눈치 없는 사람, 이간질하는 사람, 배려심 없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어유, 끝도 없습니다. 신박한 빌런을 만날 때마다 우리의 -싫은 사람 리스트-는 갱신되곤 하지요. (심지어 한 명이 이 특징들을 다 갖추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흔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본능적으로 싫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소소한 예시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시작은 사람 대신 귀여운 강아지들로 해보자구요.
(사진 출처: ChatGPT)
1. 척 보기에 쓰다듬어주고 싶은 하얀 강아지가 털을 있는 대로 세우며 나를 경계할 때
2. 험상궂고 투박한 외모의 강아지가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꼬리를 흔들 때
아무리 귀엽고 털이 복슬거려도 전자의 강아지한테 접근했다가는 영광의 상처(?)를 잔뜩 얻을 것 같습니다. 저라면 인상은 험악하더라도 혀를 내밀고 쓰다듬어 달라고 살랑거리는 강아지에게 다가갈 것 같아요.
다음 예시는 이제 사람입니다.
1. 착하고 배려심이 깊지만 나를 꺼리는 것이 티 나는 희진이
2. 나를 참 좋아하지만 입이 걸걸하고 자꾸 남자친구 욕을 해서 피곤한 윤아
이 경우에도 저는 희진이보다 윤아와 만나는 편이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좋은 사람이라도 나를 불편해하는 게 느껴지면 이쪽에서도 감정이 상합니다.
앞의 예시들보다 강력한 마지막 예시를 들어볼게요. 자주 지각하는데 일머리까지 없어서 속으로 한심하게 봤던 직장동료와 회식 후 귀가하는 길이 겹쳐버린 때를 상상해 봅시다.
1. 나와 같이 가기 싫은 티를 있는 대로 내다가 서둘러 다른 길로 가버릴 때
2. 늘 덜렁거리고 혼나는 자기랑 다르게 '일 잘하는 내가 참 멋지다'며 말을 붙여올 때
물론 현실적으로 1번이 가는 길이 조용하고 편해서 더 좋긴 합니다, 하하. 그렇지만 상대에 대한 호감도나 친밀도만 놓고 봤을 땐, 후자의 상황에서 그 사람에 대해 이전보다 덜 나쁘게 생각합니다.(적어도 '답도 없는 인간'에서 '으이그, 이 꼴통' 정도로 미묘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1번의 경우는 감정이 그대로거나, 더 불편해지기 일쑤입니다. 어쭈, 너만 싫냐? 나도 싫다!
마지막 예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사람의 객관적인 특징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에도 그는 또 지각하고, 어리버리하고, 센스도 똑같이 없습니다. 그래도 어젯밤에 내게 건네온 그 사람의 호의적인 말이 상대방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약간 바꾸었을 수 있습니다. 답답하고 멍청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정도로 말이죠.
실제로 저는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으로 인턴으로 근무하던 때에, 같은 부서로 배치된 동기가 근무태도가 엉망이고 민원 대응도 이상하게 하곤 했어요. 게다가 성향도 잘 맞지 않아서 처음에는 속으로 좀 싫어했답니다. 그런데 둔하고 눈치 없는 저의 동기는 제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지 속없이 웃으며 다가오곤 했습니다. 저에게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다가와서 점심시간에 같이 이것저것 하자며 눈을 빛내며 제안하였지요. 놀랍게도 그런 시간들이 쌓이니, 일을 마칠 때 즈음에는 동기와 꽤나 정이 들었습니다. ...근데 끝까지 일은 참 못했어요. 사람이 몇 달 사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살가운 그 모습에 나중에는 단점도 흐리게 보이더라구요.
결국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법입니다.
인간은 동물처럼 서로를 할퀴고 하악질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누군가가 나를 경계하고 적대한다면 이는 '위협'이고 몸은 자동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반면에 나에게 호의적이고 따뜻한 사람에게는 안심할 수 있고, 이러한 편안함 속에서 뇌의 편도체는 안정을 찾는 법입니다.
(아, 다만 연애감정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사랑은 인간적인 호감보다는 좀 더 복잡해서,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손도 잡기 싫은 상대와 갑자기 연애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케이,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자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상대가 나를 적대하지 않으려면 내 쪽에서 먼저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졌습니다. 내가 상대에게 먼저 호의적으로 대해라, 상대를 좋아하라...대체 어떻게? 작은 선물이라도 줘야 하나? 칭찬이라도 쥐어짜 내야 하나? 저 인간은 칭찬할 점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간단한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마저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