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사진 출처: Unsplash의Helena Lopes)
앞선 글에서는 사람은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기에,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호의, 즉 상대를 좋게 생각하는 마음을 보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표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Ruth Schwarze는 감각의 인식 비율을 시각 78%, 청각 13%, 미각 3%, 후각 3%로 나눔으로써 정보처리에 있어 시각정보의 압도적 비중을 시사합니다.
또한 '메라이언의 법칙'은 우리가 상호작용을 할 때 언어적 내용은 단 7%의 중요도를 차지할 뿐이며, 목소리톤은 38%, 얼굴표정이 55%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상대와 상호작용하고 서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에 시각적 정보, 그중에서도 표정을 통해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합니다. 그렇기에 흠잡을 것 없는 예의 바른 단어들로 얘기해도 내 표정이 불편하게 굳어있다면 상대는 7%보다 55%를 본능적으로 믿게 되는 법입니다. '감사하다는데 얼굴은 감사한 표정이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
결국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호의적인 표정을 지어라'라니, 놀라울 게 없는 뻔한 말입니다. 게다가 글을 읽고 무뚝뚝한 사람이 오늘부터 방글거릴 수 있다면 글이 아니라 거의 최면술입니다. 미소를 짓고 표정을 바꾸라는 이런 글을 과거에도 온갖 자기 계발서 비스무리한 것에서 읽어본 적 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건 연습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저는 표정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아직 20대 중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라 인생 선배님들께서 보시기에는 -그 나이에 바꿀 인생이 있나-, 싶으시겠지만, 꽤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하.
저는 타고나길 낯을 가리고 몸의 긴장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편안한 상황이 아니라면 잘 웃지 못했고, 기본적으로 굳어있는 표정이었지요. 이로 인해 몇몇 친구들은 제가 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해한 적도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대학교 초반까지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팬데믹으로 인해 바야흐로 '대 사이버강의 시대'가 열렸고, 서울 자취방에서 내려와 본가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를 관찰한 끝에, 표정의 힘을 깨달았어요.
엄마는 상당히 직설적인 면모도 있고 인간관계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엄마를 싫어하는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두루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 때는 큰 노력 없이 모두의 호감을 얻는 비밀이 사주팔자에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달았어요. 비결은 늘 생글생글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엄마의 말로는 20대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웃음이 많았다고 하네요. 지금도 가끔 아빠와 냉전인 시기를 제외하고는 늘 미소가 디폴트 값인 엄마입니다.
저 또한 이걸 깨닫고 표정 근육을 부드럽고 즐거운 형상으로 길들이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학창 시절의 쭈뼛거리던 스스로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웃곤 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표정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가는지 몸소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유쾌하다, 밝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힘이 있다...모두 표정을 바꾸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저를 적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언뜻 까다로운 성향의 사람들조차 본인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유해진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전에 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긴장과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으며, 달고 살던 신경성 위염까지 많이 호전되었으니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론이 상당히 길어졌는데 요지는, '표정 근육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표정근 또한 근육으로써, 자주 웃는 사람에 비해 평소 표정의 변화가 적고 함박웃음의 빈도가 낮은 사람은 표정근이 덜 발달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 상태에서 오늘부터 잔뜩 웃어봐야지, 하고 사람들 앞에서 입꼬리를 애써 올리려 해도 생각보다 어색합니다. 근육이라곤 없는 사람이 갑자기 중량 100kg의 데드리프트를 하겠다고 나서는 격입니다.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얼굴을 보며 표정 근육을 운동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튜브에는 예쁘게 웃는 법, 미소 짓는 법, 표정근육 연습하는 법 등 다양한 영상이 있습니다. 그런 영상들을 참고해도 좋겠지만, 저의 제안은 매일 화장실에 가는 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화장실 거울로 저를 볼 때마다 표정 근육을 길들인다는 생각으로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지을 법한 멋쩍은 웃음이 나왔지만, 굴하지 않고 웃었어요. 때론 혼자 거울 앞에서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계속 웃었습니다. 아무리 바쁜 날에도 아침저녁으로 적어도 두 번은 세수하기 전후에 연습했습니다. 기준은 내가 보기에 정말 기분 좋은, 그리고 웃고 나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이었어요.
표정근육은 정말 쓸수록 유연해지고, 섬세해집니다. 이를 역체감한 기간은 수험기간이었습니다. 지금은 합격 후 연수원 입소를 기다리고 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 기간 동안 몸의 근육도 표정의 근육도 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자 웃을 때 이전처럼 활짝 웃지 못하고 표정근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더라구요. 최근에 다시 자주 웃자 서서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굳이 적을 만들지 않겠다고 표정까지 신경 쓴다니, 아따 피곤하게 산다, 싶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싫은 사람에게 속내를 숨기고 웃는 것은 가식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겠네요.
하지만 웃음을 연습하는 것보다 백 배는 피곤한 일이 인간관계에 적을 두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대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과 실제로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입니다.
내가 불호를 드러내는 순간, 상대방 또한 자연히 나를 경계합니다. 불편하거나 적대적 관계가 형성된다면 그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편도체가 할 일이 많아지고,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로 이어집니다. 웃음을 연습하는 약간의 수고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게다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단순히 감정적 스트레스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례한 질문을 하는 동료, 집안일에 손도 까딱 않는 배우자에게도 늘 부처처럼 웃으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습관적인 웃음이 솔직한 자기표현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할 말은 해야 가마니로 보지 않겠지요! 생글거리는 사람은 웃음기를 약간만 덜어도 효과가 강력합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도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행동은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한다. 그중에서도 미소는 다음과 같은 뜻을 전한다. '당신이 좋습니다.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당신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사랑받고자 하면 사랑을 먼저 주어야 하듯, 내가 먼저 손을 내밀 때 미묘한 관계들이 한결 수월해지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
'적을 만들지 않는 방법'에 대한 제 짧은 고찰은, 결국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제인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 또한 역설적으로 미움을 겁내고 온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본능을 전제함을 문득 깨닫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복잡한 사고회로를 걷어내고 나를 비롯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보면,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 우리들이 결국은 다 비슷한 걸 바라고 있음을 매번 생각합니다.
'어제의 상처가 회복된 오늘을, 꿈을 이뤄가는 내일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매일을 꿈꾸는 존재들'이라고 감히 정의해 봅니다.
최근에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각자의 세계에서 크고 작은 균열들을 씩씩하게 봉합하시는 모습들을 엿보았습니다.
이름 모를 다른 분들의 평안과 안녕을 진심으로 염원한 것은 간만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혹은 읽지 않은 분들까지도 모두,
모쪼록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혹은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오지만, 내일은 맑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 모양이야, 싶은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며 흐르는 순간과 이를 위해 견디며 흘러가는 순간들 모두, 사랑합시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숭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