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시작된,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시간
이집트에 온 지 17일째.
낯설 줄 알았던 하루들이 의외로 낯설지 않다.
어쩌면, 여기가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던 것처럼 마음이 고요하다.
3년 반의 떨어져 지낸 시간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은,
놀이터에서 아빠와 놀고 있는 또래 아이를 부러워하며 바라보던
아들의 얼굴을 봤을 때였다.
그날의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친정엄마의 말에 따르면,
한 번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와 작은 충돌이 있었고
그 아이의 아빠가 우리 아이에게 큰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 뒤로 아이는 좋아하던 놀이터를 보름 넘게 가지 않았다.
그만큼 무서웠고, 또 서운했던 거겠지.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서 공놀이도 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이 시간이, 우리에겐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물론 함께 살게 되면서 드러나는 어려움도 있다.
남편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육아가 처음이라서인지 늘 피곤한 얼굴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9시면 쓰러지듯 잠든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친정엄마 덕분에 살림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요리사처럼 하루 세끼를 준비한다.
우리 가족은 국 없이는 밥을 안 먹는,
심지어 세 끼 모두 다른 음식을 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불평 없이 먹어주는 걸 보면,
서툰 손끝에도 마음이 닿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무엇보다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유튜브’다.
앞으로 남은 6개월,
이 이집트 생활을 어떻게 잘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사실 나는 사진도 잘 안 찍는 사람이었다.
연애할 때도, 예쁜 레스토랑에 가서도
‘잠깐만!’ 하고 카메라를 꺼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즐기고, 흘려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하루하루를 붙잡고 있다.
기록하고, 되새기고, 나의 시선으로 정리한다.
유튜브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급진 취미였다.
일상을 들여다보고, 순간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일.
무엇보다,
우리가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창이 되어주었다.
가끔 하나의 영상을 두고 양가 어른들께 의견을 구하면
단톡방은 작은 회의실이 된다.
영상을 올리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분석하고
반응을 나눠주는 가족들 덕분에,
유튜브는 이제 우리 가족을 하나로 엮어주는 새 매개체가 됐다.
하지만 남편은 아직도 걱정이 많다.
“혹시 댓글에 상처받지는 않을까?”
그 마음, 나도 이해한다.
실제로 어떤 영상에는 부정적인 댓글도 달린다.
“골프장은 원래 야외야.”
“그렇게 칠 거면 왜 이집트까지 가?” 같은 말들.
이집트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우연히 시작한 골프였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야외 연습장이지만
이곳에선 일상이고,
그 일상이 여행자들에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영상을 올린 것뿐이다.
하지만 냉소적인 댓글 앞에서는
한동안 마음이 휘청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여정을 계속 남기고 싶다.
6개월 뒤, 이 기록들을 다시 마주했을 때
‘참 잘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어설퍼도, 때로는 상처받더라도
지금 이 시간을 잊고 싶지 않기에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