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Jul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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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 다녀왔습니다 저녁에는 고기도 먹고 사케도 마시고 그립던 샤인머스켓도 먹고_십오 브릭은 생각보다 달지 않았습니다_글도 못 쓸만큼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두 시쯤 일어났습니다 중간에 깨어버리는 일 이러면 또 감정에 균열이 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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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시간 뒤면 일어나야하는데 점심 때부터 밤늦게 까지 부천에서 영화를 졸지 않고 보려면 얼른 자고 일어나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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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을 들었습니다 어쩐지 왈츠풍으로 바꾸면 올드보이 테마와 비슷할 것 같았던 클래식은 어떤 곡의 모티브가 되고 오마주가 되기도 하지 신처럼 신화처럼 처음은 늘 누군가의 발상으로 대를 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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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나는 언제나 비슷한 것들을 귀신같이 찾아내곤 해 그렇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골라내기가 어렵고 나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것은 헛된 믿음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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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곡이 흘러나온다 눈물도 흐르고 흘러 고막까지 적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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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얇은 비누막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투명함을 지니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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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려워 누군가를 아프게 할 미래도 누군가에 의해 아프게 될 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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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못 쓴지 오래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잃어버릴 것 같다
풍선껌을 불듯 시를 부는 법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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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한 것들이 나를 간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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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내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나를 좀처럼 놔주지 않는다 노래하는 법도 다 잊은 것 같은데 악귀가 틀림없다 너에게 빙의되면 난 다시 노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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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던 욕망이 나를 타격하는 기분입니다 흠씬 두들겨 맞다보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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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네요 오는 것들은 가기 마련이고
언젠가 당신도 떠나가기 마련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