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Jul 27. 2022
택시가 안 잡힌다
길바닥에 오수처럼 새벽을 흘려보낸다
나를 지나치는 택시들
내 앞의 사람들을 태우거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태우고 가는 택시들
서로 눈치 보다 놓친 택시도 있었다
우리 둘 다 놓쳤네요 어디까지 가시나요
한성대입구요
그럼 건너편에서 타셔야 하는데
배려들이 횡단하는 주말
당신들이 무사 귀가하기를 빌며
길을 건넜다
우연히 빈차를 만날 확률은 얼마인가
보여야하는데잡아야하는데타야하는데시인님들이나를기다리는데가면어떤얘기를할수있을까시에대해서미래에대해서과거에대해서집에두고온시집보다는나은이야기들을살아있는시들을잡을수있을까
여러 목소리가 섞이면 그제야 긴긴 미래의 닻을 올릴 수 있을텐데 양보하지 않는 마음을 먹자 빈차라고 적힌 네온사인이 보였다 빗길을 배처럼 미끄러지듯 뱀처럼 배로 기듯 요금은 배로 나오고
비만 오는 밤들이 확장되는 계절
도착한 그곳에는 망령들의 노랫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죽은 무명인들은 말이 없지만 죽은 유명인들은 목소리를 남기는구나
테이블에는 오징어와 칭타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가성비가 좋고
나를 기다리던 시인님들 곁에는 낯선 여자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찜질방처럼 소란스럽고 습한 그곳은 해변같았다 맞은편이 비어있는 의자는 썬 베드일까 낯선 배드일까 미래로 항해하는 티켓을 찢어 흐르는 음악에 던져버렸다
오수도 증발되면 바다가 되는 걸까
닻대신 돛을 올린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로든 떠밀려가고 한성대에서 혜화까지 헤엄 대신 걷는 내내 발에 물고기가 아닌 물집이 잡혔다
요동치는 생각과 일렁이는 마음들
멀미가 폭우처럼 쏟아질 때
손목에 화상을 해장처럼 새기고 국밥집을 나왔다
불투명한 아침이 사체처럼 떠밀려 오고 있었다
거리에 택시보다 버스가 더 많이 출몰하고 있었다
아무도 서로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난밤보다 퍽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