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Jul 27. 2022
소라껍질 같았잖아 내게 파도 소리를 들려주며 우리 가까이에 바다가 있다고 그러니 함께 가자고 손깍지를 낀 채 골목골목 누비고 다녔잖아 여름햇살보다 따사로운 눈빛으로 자비로운 눈빛으로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속닥거리며 우리 인간으로 돌아가지 말자 돌아가지 말자 이대로 길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해도 되돌아 가지 말자 되돌아 가지 말자 너는 소라껍질 같았잖아 너를 따라가면 바다에 도착할 줄 알았잖아 비어있는 너의 방에 바다는 보이지 않고 빈 말만 목소리처럼 흩어지고 있었잖아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물의 냄새가 비의 냄새가 비의 냄새는 축축하고 슬퍼서 떨어진 뒤에는 가장 낮은 마음으로 흘러간다 웅크린 추억들이 물비늘처럼 흐느끼고 있다 너는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