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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Aug 31. 2022

비상선언

1

사실 비상선언이라는 말은 겨우 말미에 나온다

감염에 피 토하던 김남길 기장이 유언처럼,

그러나 말 뿐인 것에는 힘이 없다

행동만이 우리를 구원할 뿐


2

어린 시절 쥐라기 공원이나 볼케이노 시리즈를 봐오고 할리우드의 재난영화에 익숙해진 탓에 한국에서 만드는 재난 영화에 대한 기대는 없다 감기도 타워도 엑시트도 아쉬웠고 특히 부산행은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생각보다 이 영화 평점 박하던데 다들 대단한 걸 기대하셨나 저처럼 기대를 버리시고 보시면 최악은 아닌데


3

미국도 일본도 그 어디에서도 구원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여권에 쓰여있는 그 국뽕 실현을 해보고 싶었던,


4

괴물의 송강호는 더 이상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는다

총구를 겨눠서라도 맞서 싸우고 내 몸에 바이러스를 주입해서라도 살려낸다 그것이 공무원이자 누군가의 아버지가 해야 할 희생이자 구원이다 듣고 있는 거죠 이 시대의 아버지와 공무원들, 본인들 들으라고 만든 영화니까 잘 좀 보시라고요


5

여러분 흥분하지 마세요 이것은 영화입니다 실제라면 백신이 있을 리 만무하고 항바이러스제 따위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있어도 맞고 살아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죠 개연성을 뒤적이지 마세요 이것은 다큐가 아니라 영화입니다


6

임시완 이제 정말 악역의 달인이 된 게로구나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코패스 그 자체라서 그 비행기에서 그 표정은 와 조커보다 소름 돋더라


7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곰국을 보름치 끓여놓고 하와이로 떠난 아내라던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공무원 아버지라던지 님비현상과 악플들까지


8

비행기 테러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어 그거 아니야 테러범도 죽어서 실망했겠다 무려 임시완인데 심지어 이유도 없어 그냥 사이코패스야 관객들이 이거에 짜증 내던데 용두사미라면서


9

결국 승객 모두가 타인을 위해 희생하려 했다는 것조차 판타지에 가깝지만 우리를 지키고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미국도 타국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임을 이 지옥 같은 정부와 나랏밥 먹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정의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10

영화를 보는 내내 끝없이 끝없이 세월호가 생각났다 유언처럼 가족들과 통화하는 씬이라던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학생들이나 끝까지 남아 사람들을 지켜내는 승무원이나 부둣가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전도연의 모습처럼 그거 하나로 나는 이 영화를 욕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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