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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Aug 31. 2022

헌금의 미학

엄마는 매번 십일조 내라 감사헌금 내라 하셨는데 헌금봉투는 이밖에도 참 많다 건축헌금 생일감사헌금 더구나 수요예배 청년예배 금요철야예배 등등 열심히 헌금을 해왔다 목회자인 우리 가족이나 성도들이 헌금을 열심히 내는 이유는 보통 믿음을 보이기 위한 거고 내심 복을 받기 위해서고 내심 불운이 오지 않도록 막는 수단같이기도 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내는 헌금은 예배에 참석한 예의이자 오늘 내가 드리는 마음의 표시었다_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_인간에게 가장 아까운 건 돈이고 그 돈을 쓰는 곳에 마음이 있으니_시간 다음으로 마음까지 온전히 드린다는 차원에서 성인이 된 이후로는 오천원씩 드렸다 내가 사랑하는 신에게 유초등부가 내는 천원짜리 한장을 내고 싶지 않았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헌금부터 빼놓고 쓸 정도였다


그 돈이 교회운영과 교역자들 페이와 반주자와 지휘자페이_이것도 주일대예배 반주자와 지휘자에게만 주는 특전이었고 대부분 교회일은 하늘에 복을 쌓는 봉사개념이라 돈받고 일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_그외 생일감사헌금으로 주일점심비용이 나가고 건축헌금으로 건축비용에 나가고 선교헌금으로 선교에 쓰니 곳곳에 필요한 돈이 쓰이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목사의 배를 부르게 하기 위해서만 헌금을 걷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십일조를 빼먹은 적조차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늘 돈에 대한 푸시가 있었다 첫월급을 모두 주님께 헌납하는 헌금을 드리라는 엄마의 제안이라던지 성경에 나오는 일천번제 제사를 그대로 현실에 차용한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부흥회라던지 성도들도 하는데 목회자 자녀인 너는 왜 못하냐던지 돈이 그렇게 네 인생에 주인이 되면 안된다라던지 하는

그래 뭐든 신앙적으로 보면 주님께 나를 드리는 기회이니 마음과 물질과 정성을 다하면 기특하다 여기실 수 있다 그렇지만 푸시된 믿음은 과연 나의 믿음일까

주님은 아직도 구약때처럼 인간에게 제사를 바라시는 걸까 아니면 내 삶 속에서 베풀고 나누면서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을 원하실까


열심히 헌금 드리던 그 시절에 나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그것이 복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물질을 드리고 밤낮으로 기도했다고 내가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간에게는 각자의 환경과 시기와 주기가 있고 그 흐름에 나의 지혜로운 선택만이 좌우할 뿐이다 지금의 나는 주일성수도 지키지 않으니 그 어떤 헌금도 내지 않고 기도나 예배나 모임이나 봉사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굶주렸는가 아니다 그 어떤 때보다 많은 돈을 벌어보았고 나름의 성공적인 삶을 향해 가고 있다 이것은 복인가 저주인가


삼십년 넘게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늘 이 딜레마에 괴로웠던건 내 자신의 선택이 아닌 누군가의 시선이며 푸시였다


주님은 일단 인간이 아니다 물론 인간을 주님 닮게 빚었다고 하셨으니 그분의 마음이 일정 부분 인간의 마음과 비슷할수는 있으나 너 오늘 헌금안했네 어이가 없네 이러고 쥐어박는 인간의 마음 사이즈가 아니란 말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처럼 니가 오늘 교회가서 예배드리고 헌금내며 우아하게 종교생활하는 것보다 강도맞은 사람을 위해 마음으로 돕는 것이 진짜 신앙이라고 말한다


본인 신앙에 심취하면 타인에게 강요하기 쉽다 그것이 기독교의 가장 큰 단점이자 맹점이다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다 지옥 가 그러니까 넌 지옥가고 난 천국가

그러니까 무조건 교회 나와야해 그러니까 무조건 그러니까 무조건


죽어 본 사람 없다 주님을 마주한 사람 없다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후세계고 신이고 믿음이다 그럼에도 믿음이 신앙이 있는 것은 무당이 신을 받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듯 하나님이라는 신이 성령으로 내 마음에 들어와 믿어지게 하고 나를 선하게 변화시키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도록 선택된 자들에게 주시는 복일 것이다


처음에는 신병을 앓으니 살려고 신내림을 받았으나 신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신의 눈밖에 나서 능력도 없고 삶도 피폐하게 사는 무당들처럼 기독교인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 많다 어느 기회로 성령받고 방언도 하고 신앙인으로 열심히 섦기며 살지만 결국 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자기 잣대로 함부로 지껄이며 타인에게 상처주고 돈만 밝히다가 세상에 악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바에는 세상으로 나가 선한 일을 하며 예수의 삶을 살아라


밑에 모녀 카톡을 보며 우리 엄마도 저랬지 싶어서 저렇게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지 싶어서 나 또한 그랬지 그동안 주님 일이라면 무조건 예스였고 헌신이라는 헌신은 다하며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모태신앙이 아닌 주님 어디에 계시나이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었고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그분이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분변하며 옳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것이 결국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숙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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