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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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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Sep 29. 2022

석구씨

높이가 어느 정도더라 사람이 손가락만 해 보 일정 도니까 11미터쯤 되려나 그 정도 높이에 지붕에 있었고 그곳에 어떻게 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있다가 고양이가 떨어지는 걸 봤다 고양이는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 지붕 위로 떨어졌는데 다행히도 살아있었다 고양이는 날 수 있는 동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붕 위는 테라스였다 나는 그의 아이를 안은 채 지붕 위에 위태롭게 서있었고 곁엔 석구 씨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까

석구 씨는 뜨겁게 나를 바라보더니 내게 입 맞췄다 그의 두툼하고 미끄러운 혀가 내게로 밀려 들어왔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것봐 네 마음도 이러면서


그와 키스를 하는 동안 어쩐지 슬퍼졌다 그 어느 것도 내 것이 없었다 그것이 이 지붕 위에 서있는 것보다 더 지독하게 나를 불안하게 했다 당신에게는 애인이 있고 이제 아이까지 있으니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지붕의 경사가 가팔라졌다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순간 균형을 잡느라 안고 있던 아이를 떨어트렸다 정말이지 고의가 아니었다 아기는 승용차 보닛 위에 떨어졌다 죽었을까 아마 죽었을 것이다 망연자실했다 내가 아기를 죽인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자책이 들었다


석구 씨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죽은 아이에게 간 걸까 난 여전히 지붕 위에 있었다 이제 그의 아이를 떨어트린 죗값을 물어야 하겠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저 사고였는데 한편으로는 이제 그의 짐이 사라졌구나 싶기도 했다 애인에게도 그 아이에게도 마음이 없던 사람이니까


인간이라는 종족은 이토록 이기적이고 잔인한 무의식을 꽁꽁 숨겨두고 산단다 꿈을 깨고 나서야 안도했다 꿈이라는 무의식에 등장하는 아기라는 메타포는 근심 걱정을 뜻한다 곧 나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겠구나 싶어 안도하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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