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Apr 08. 2021
오르간 건반은 오래되어 금방이라도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덧니처럼,
남자는 화성학에 대해서 가르쳤다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내 몸이 굳는 동안 그는 잠시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이런 것 쯤은 다 견뎌야돼 언니, 아직도 세상을 몰라?"
곁에 있던 애라가 다가와 말했다
"왜 견뎌야하는데 이런 건 견디면 안되는 거야.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어."
"맞아, 젓가락으로 고막을 찔러 죽이고 싶지. 그래도 그건 죄야 언니."
우리는 섬의 A구역에 있었다 이곳은 자유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조금 더 아프게 되면 B구역으로 가게 될 거라고 했다 하루에 한 번 차를 타고 B구역으로 향한다 그곳은 바닷가와 가까웠고 절벽아래 동굴에 수십개의 주황색 문들 안에 그녀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있었다 헝크러진 머리 위에 마리아님처럼 금으로 된 후광과 왕관을 쓴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해내지 못해 번호로 불렸다
자신의 살을 내어주는 여성과 타인의 살을 뜯어먹는 여성들이 사랑을 하고 스스로의 몸을 어루만지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녀들을 보고 돌아오고나면 가슴 깊숙한 곳에
절벽대신 절멸이라는 단어가 파고들었다
* 三難 _ 종말같은 고난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