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Oct 05. 2022
폭우가 내려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언덕을 지나 터널을 통과해야했고 터널 밖에는 악어떼나 공룡이 출몰하고 있었다 차원이 찢어진 것만 같았다
오로지 생존만 생각해야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을 이끌고 최대한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터널이라고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니었지만 높은 지대는 그곳 뿐이었다
나는 살아있었다 언덕 풀밭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아까 겪었던 일들이 영화처럼 흘렀다 볕이 따뜻했다 검정 코트 위에 누워 노래를 부르며 세이렌처럼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일하던 또 다른 촬감이 아까 겪은 우리의 재난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나만 없이 진행되는 일인가 아까 보던 티브이는 모니터로 바뀌었고 난 모니터를 보며 촬영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봤다 중단된 이후 너무 오래 일을 안한 기분이다 트라우마가 연속되며 나를 찢는 기분이다 촬영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이런 기분은 현장에 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