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라는 영화가 안 나왔다면 이상했을 정도로_<아바타 2>의 배경으로 물이 안 나오는 게 이상했을 정도로_그의 관심사와 걸어온 길은 뚜렷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바다 깊은 곳, 우주 저 먼 곳에 미친 사람이었다_우주, 해양, SF 나랑 관심 분야가 비슷하길래 인티제인가 싶어 찾아보니 진짜 INTJ_아니 인티제들 진짜 미지의 세계를 너무 좋아해 우주, 심해. 외계인, 신, SF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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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할리우드 영화의 궁극의 주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족애'에 집착한다 영화제에서도 가족에 관한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인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개인주의로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리울수록 집착하는 그런 심리인가 유교 국가에 단일 민족이던_이제는 거의 해체된_한국보다 더 가족영화가 많은 듯하다 어쨌든 보통의 SF가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침략해오는 공포를 그렸다면, 아바타는 다른 행성으로 쳐들어간 지구인들이_아주 오래전 서구 문명이 토착민들을 학살하며 땅을 빼앗고 자원을 빼앗던 역사를 그대로 답습하듯_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인 나비족과 흡사한 아바타를 만들어 인간의 의식과 연결해 그들과 비슷한 아바타로 나비족과 접촉해 주인공을 스파이로 쓰려다가 역풍 맞는다는 내용이다 스파이 영화들의 끝이 늘 그렇듯 적, 혹은 타깃이라고 생각했던 조직이나 타자들과 섞이기 시작하면 그들의 삶과 사상이 의식화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제이크 설리는 해병대원이 아닌 나비족과 소통하며 아바타를 진짜 자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비족도 그를 예언된 자 투르크 막토(예수급)라고 받아들이며 그들은 가족이 된다 설리는 나비족과 함께 토착민으로써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불완전한 육체에 있던 자신의 의식을 아바타로 옮기는 의식을 진행에 성공하며 끝이 난다
13년 만에 개봉한 <아바타 2>에서는 인간과 나비족의 혼혈인 아타바(제이크설리)와 나비족(네이티리)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고 사는 일상의 행복한 시절들을 보여준다 아바타든 인간이든 외계인이든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과 놀아주고 부부간에 시간을 보내는 지극히 일상적 장면을 통해 감독은 우리는 서로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지만 결국 같은 지점을 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뭉클했다 말 안 듣고 까부는 아들 둘_첫째 아들은 아바타1과 아바타2의 개봉 시기의 틈을 계산했는지 13살 정도이다_과 입양한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가 낳은 딸 키리, 그리고 어린 막내딸까지 여섯 식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주술처럼 이렇게 외친다. 설리 가족은 하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자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리는 말한다
제이크와 남은 과학자 일행도 정착했고 제이크 설리와 원수지간이던 스쿼치 대령의 아들 스파이더도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들과 가장 친한 친구로 판도라에서 자신을 아바타라 믿으며 살아간다 얼마 뒤 원수였던 스쿼치 대령과 대원들은 아바타로 부활해 판도라로 파견된다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제이크 설리를 찾으며 영화는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처럼 추격과 도주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부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곳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설리는 가족들을 이끌고 땅끝 해남, 아니 물의 부족이 사는 멧케이나 족에 가서 살 수 있도록 부탁한다 이것이 바로 이민이다 이민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는 부족장처럼 대해야 한다 날을 세워 거부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에 어린아이 와도 같으니 찬찬히 알려 주고 이곳에서 잘 생활할 수 있게 대해주라고. 그리고 철없는 이들은 부족장의 아들같이 대하겠지 놀리고 괴롭히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죽은 첫째 아들을 산호 트리에 안치하고 트리와 교감할 때 아들의 의식이 탄생부터 살아있던 모든 기억으로 저장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결국 기억이라는 에너지로 영원히 살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물의 길은 모든 것을 잇는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바다는 주고 바다는 취하고 삶과 죽음, 어둠과 빛을.”
물은 성장과 교류의 장이다 그곳에서 생명이 시작되고 죽음도 그곳에 있다 물은 하늘로 상승하고 비가 되어 내린다 물은 순환된다 부모는 자식을 낳고 성장시키고 성장한 자식은 부모를 보호하며 자신도 부모가 된다 삶은 순환이다 자연이 그러하듯 우리가 그러하듯
이런 깊은 철학을 단순하게 담아내다 보니 영화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타이타닉으로 끝을 낸다 뭔가 새로운 장면들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관객들은 그동안 보던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서사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나름 쫓고 쫓기며 설리 가족을 응원하던 관객들은 다소 유치해도 자신들의 아이들과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안전하게 봤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극장 문을 나서겠지 주말에 가족들과 아바타를 본 카드 값이 쿼리치 대령처럼 몇 달을 쫓아올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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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처음에 개봉했을 때 그 환상적인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본 기억이 있다 그때도 그래픽이 상당했지만 색감이나 질감이 어딘가에 있을 법하면서도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인데 이번 물의 길에서는 사실 그런 환상적인 분위기는 덜했다 최대한 사실 적이게 표현하려고 했던 게 오히려 단점이 아닌가 싶다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판도라 행성의 물속을 보고 싶었던 거니까_오히려 지구에 있는 심해 생명체가 더 환상적으로 생겼을 법하다_아무튼 바다라면 지상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던 것 같은데 왜 그것밖에 구현하지 못했는지 아쉽다 아예 인어공주가 사는 곳처럼 심해에 환상적인 공간이 있고 그곳에 다른 종족이 살던가 심해에 아바타가 살려면 그 나비 같은 식물이랑 교감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든지, 상상력은 얼마든지 펼치기 나름인데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던 게 극의 매력을 떨어트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