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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 인간의 욕망에 관한 활극 할리우드 버전

by Saranaim Lee

자신의 몸을 18세처럼 되돌리기 위해 매년 26억씩 쏟아붓고 있다는 CEO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는 17세 아들의 피까지 수혈받았는데 덕분인지 체력 18세 피부 28세 심장 37세로 젊게 살아가고 있다

불로장생과 다이어트는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욕망일 것이다

감독인 코랄리 파르쟈의 전작은 리벤지를 봐서 알고 있다 비급 스타일의 장르영화였는데 여성의 시각으로 꽤 흥미롭게 그렸었다 이번 영화는 그 광기를 폭주했달까

20대 때 할리우드 스타였던 E는 50대가 되자 늙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도 하차하게 되면서 멘탈이 나가고 뜻밖의 사고까지 겪게 되는데 그날 병원에서 매력적인 남성에게 광고 usb를 하나 받는다 집에 돌아와 확인하니 형광 물질 주사 한 방에 또 다른 나를 배출해서 젊음을 이어가는 체험인데 그녀는 젊었던 자신의 삶을 나의 일부들을 다시 느끼길 바라며 시작하지만 자신에게서 나온 젊은 유전자 '수'는 현재의 자신을 짓밟기 시작한다

'수'역을 맡은 배우에게서는 영화 <포제션>의 이자벨 아자니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로비'처럼 몽환적인 광기가 느껴졌다 수가 젊음을 만끽하는 표정이나 자세 등은 굉장히 나르시시즘적이고 그녀가 방송에 출연하는 씬들은 남성들의 시선으로 보이는 여성의 젊음을 노골적으로 과장되게 보여준다

서로 7일씩 양보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룰이지만 젊은 '수'는 룰을 어기면서까지 E에게서 골수를 뽑아 자신의 화려한 스타의 삶을 연장한다 깨어난 E는 분노하지만 차마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늙어버린 자신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모녀관계 같았다 내 몸속에서 나의 살과 골수로 만들어진 내 자식이지만 또 다른 내가 아닌 나로부터 창조된 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다 잉태하고 낳았다면 일정 부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도 그로 인해 소멸해 가는 것도 자연 이치일 뿐이다 자식은 엄마의 골수까지 뽑아 먹는다는 말이나 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던 나혜석 화가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불멸을 위해 또 다른 자신인 자식을 유전으로 남기지만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젊고 건강하고 잘 사는 자식을 질투하기도 하니까

그사이 E는 수에게 골수를 과도하게 털려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공포다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것에 대한 공포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부가 쭈그러지고 손발톱이 죽어가고 검버섯이 피고 머리카락이 줄고 허리가 굽고 주름이 가득한 싱그럽지 않은 인간이 느끼는 늙음에 대한 가장 추한 행색을 나이브하게 보여주며 극은 극으로 달린다 그나마 남아있던 젊음을 뺏긴 E는 더욱 괴팍하게 굴기 시작한다 싱싱한 재료를 레시피에 따라 마치 자신처럼 고어하게 요리하고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것은 우리가 소비하는 젊음의 싱그러움이나 섹시한 아름다움은 방금 만든 요리와도 다를 바 없다는 푸드 포르노를 보여준다

결국 본체는 서브를 죽이기로 하지만 연민 때문에 온전히 죽이지 못하고 살려낸다 살아난 서브는 살기 위해 본체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라이프 싸움을 하게 된다_싸움씬은 전작 리벤지가 훨씬 흥미롭다 여기선 너무 나이브하달까_마치 오래된 여돌들과 대결 끝에 1위를 거머쥔 신인 여돌처럼 _본체를 제거한 젊은 '수'는 새해를 맞이하는 카메라 앞에 신예 스타로 서기 위해 리허설에 가지만 경고를 잊은 수는 노인처럼 치아가 다 빠지고 귀가 떨어져 나가며 아름다웠던 자신을 보존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돌이킬 수 없는 욕망이 치솟는다 폐기안한 남은 형광물질을 주입하는 것_욕망을 위해 무분별하게 성형이나 약물을 하고 전통을 잇지 않고 짓밟은 젊은 세대가 어떤 미래를 가지고 올지 꼬집는 듯_

쓰러진 '수'의 등을 찢고 나온 몬스터 수는 '테라토마'에 가까운 기괴함을 선보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없고 여성을 상징하는 유두만 배출하는 거대 몸집으로 자신의 외모가 세상 기준으로는 혐오라는 것을_있을 곳에 잘 박혀있지 않은_모르는 듯 얼굴은 일그러진 젊은 수로 등에는 E의 얼굴이 박힌 괴물의 모습으로 _유전은 때론 좋지 않은 것들도 물려주니까_오로지 E와 수의 욕망으로 새해 공연 무대에 오른다

당혹하고 경악하는 사람들의 혐오에 몬스터 수는 복수하듯 내장인지 질인지 모를 장기로 피_월경 혹은 폐경을 상징한다고 본다 이 피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생명의 본질이기도 하다_를 관객들에게 사방팔방 쏴댄다

아수라장이 된 할리우드의 방송국에서 나온 제3의 괴물은 에너지를 잃고 다 터져버리고 본체의 얼굴 거죽만이 할리우드 극장의 거리 바닥에 박힌 자신의 이름에 자리 잡은 채 야자수와 별을 올려다보며 금박으로 쏟아지는 별의 환영들을 보며 소멸된다

그녀의 피가 굳어져 오프닝의 케첩처럼 청소될 때 유명했던 그녀의 이름만 남으며 끝나는데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을 남긴다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며 비슷한 결을 욕망하고 두려워하는_늙음에 대한 공포_나에게 많은 걸 남겨준 영화다_PTSD포함

영화 '레퀴엠'같은 익스클로즈업 씬들과 데이비드 린치 가 떠오르는 씬들이 엿보인다 고전 영화의 조명, 구도, 앵글이 오마주처럼 스쳐 마치 90년대 할리우드 키드의 영화 같았다 색색의 향연과 정신 나갈 것 같은 컷들 자극적인 앰비언트까지 뒤엉키며 감독은 관객도 이 정신 나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게 이끈다 _대사를 회상하는 씬이 상당히 유치했던 것만 제외하면 미술, 음악, 몽타주, 인서트, 메타포까지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은 흥미로운 영화임에 틀림없다_존 인터레스트보다 가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_ 보통 비급 영화에서나 보던 바디 고어를 S급으로 본 기분이었는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거지, 이게 진짜 호러고 고어지! 그렇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올해의 미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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