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심은 이기심의 극한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꽤 긴 암전이 이어지는 동안
불안과 공포를 눌러 담은 기괴한 소리가
소름 끼치게 흐른다 벗어나고 싶을 만큼 불쾌한
소리에 관객 모두가 사로잡히던 순간,
마치 명화의 한 장면처럼 평화로운
한 가정의 일상이 펼쳐진다
이곳은 아우슈비츠
나치의 사택 높은 담장 안은 마치 천국처럼
꽃과 식물을 키우는 정원이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까지 꾸며져 있다
그리고 담장 밖은 쉼 없이 불타오르는 굴뚝과
재가 되어 날리는 유골들
강으로 번지는 유골들
총소리
비명소리
지옥의 소리들로 가득하다
담장 너머의 일은 지워낸 듯 그들은
일상의 평온과 자신들의 행복만 생각한다
담장 밖의 지옥에서는 무작위로 죽어가는데
담장 안에서는 주사위나 무작위로 던져댈 뿐
인간은 자기 불행을 가장 크게 느낀다니까
유대인들의 유골이 흐르는 강물 앞에서
전출되는 남편을 따라_자신이 가꾼 집(꿈)에서_
떠나고 싶지 않은 아내가 다투는 모습은 극 중
소름 끼치는 장면 중 하나다
자기 일이나 자기 가족 외에는 무관심한
극도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상을 보여준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기나 자기 가족일 외에는 관심 없잖아
누가 죽어가는지 누가 아파하는지
누가 누구를 죽이고 있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형성하고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감독은 말한다 영화는
'그때 그들이 한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보여준다고
스크린으로 쉴 새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극이
흘러가는 동안 지금의 내가 저들과 다를 바 있는가?
마음에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1. 컬러의 메타포
영화 곳곳에 깔리는 메타포는
달리아 꽃의 컬러로 표현되는데
꽃에 색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달라아의 색은 화이트-레드-블랙
단색 컷으로 이어지며
기괴한 음악으로 압화 한다
2. 감광기법의 강조
판화처럼 찍은 씬들이 굉장히 독특했는데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가 내레이션 되는 동안
나치의 딸은 밤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
유대인 수용소 일터에 사과를 가져다 놓는 모습을
감광기법으로 살려 주체자를 강조한다
_이것은 실화라고 한다_그녀의 선의는 또 다른
죽음을 낳기도 하지만 그녀의 선의가 있기에
사과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았을까
즉 지금도 우리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해적이 될지도 모르니 기부하지 말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는 게 아닐까
3. 포워드
나치가 자신이 기획한 소각작전에 아내의 이름을
붙였다고 아내에게 자랑하듯 고백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아내의 태도에 나치는
공허한 헛구역질을 할 뿐이다 그가 있던 공간은
학살을 기억하는 고요한 미래로 포워드됐다가 돌아온다
역사는 과거로 중첩된 미래일 뿐
그는 끝없는 계단을 밟으며 밑바닥으로 향한다
블랙아웃된 스크린 위로 마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들이
불협화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긁어댄다
마치 칠판을 긁듯 소름 끼치게
좌석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호러물은
유전 이후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