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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시간

; 순수악의 시간

by Saranaim Lee

예고 없이 집문을 부수고 들이닥치는 경찰이 어린 소년을 체포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롱테이크로 인물들을 따라가는 씬들을 보면 마치 관객도 현장에 있는 듯 한순간도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것만큼 악몽인 순간이 있을까


평온했던 한가정이 순식간에 살인자의 가족들로 낙인찍히는 순간을, 범행을 부인하는 아들을 부모는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유력한 용의자의 신분으로 열손가락부터 알몸까지 소년이 검사를 받는 내내 우리는 그의 가족들처럼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하룻밤의 악몽처럼 가족들이 겪는 참담한 공포를 지켜봐야 할 뿐이다


마침내 취조를 통해 CCTV에 범행한 기록을 모두 확인하지만 사이코패스 소년은 끝까지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고 부정한다 증거가 확실하지만 동기파악도 증거인 칼이 발견되지 않자 형사들은 피의자의 학교에 찾아가 조사를 한다 학생이 선생을 선생으로 보지 않는 무너진 교권과 약육강식의 교우관계, 짐승들처럼 자기들만의 삐뚤어진 신념을 쌓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공포 그 자체다 형사는 사건의 맥을 잘못짚었다며 또래 사이의 은어와 사건의 진짜 경위를 알려준다


우리는 프로파일러와 피의자인 아이가 상담하는 내내 그 아이의 본색을 엿보게 된다 내재된 분노와 미디어를 통해 삐뚤어진 여성혐오를 갖게 된 아이는 영악하게 어른을 통제하려 든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교육받지 못하면 자기밖에 모르는 괴물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4부에서 피의자의 가족들을 비추는 카메라를 통해 소년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처럼 손찌검을 하진 않지만 소년의 증언대로 욱하면 폭력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가족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것을 은근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성격은 아들인 소년에게도 유전되었음을 내포한다


아들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하면서도

어떻게든 가족으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지만 부모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봐도 열심히 일한 것과 알아서 잘하리라 믿어준 것뿐이다 그렇게 하라고 부모가 가르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섬세하게 돌보지 못한 것뿐이고 그것은 학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고 살아가는데 사회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은 아이들과 소통하고 애정을 전할 시간에 미디어에 맡겨버린다

질문을 던지면 기계적인 대답만 돌아오는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은 관계와 소통의 즉 사랑과 이해라는 사회성과 인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이며 그 가정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이다 교육의 목표는 시험이나 성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도움이 되며 살아야 하는가 타인과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가이다

인간은 선하지 않다 악하다 그 악은 유전처럼 내려온다 그걸 다스릴 수 있는 힘은 오직 사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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