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의 메커니즘

by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

by Saranaim Lee

기획(호감) 단계는 아이디어 도출형 스피디한 편이다 바로 느낌이 온다 이거 매력적인 스토리인가 아닌가 애초에 흥미 없는 것에는 끌리지 않는다 자만추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거나 드라마틱한 충돌이 영감이 된다

소개팅이나 맞선 같은 기획이나 작가진으로 일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내게 일과 사랑은 희생이자 사랑이다 밤을 새우고 영혼을 갈아 넣고 몸이 축나도 안달 날 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쳐다도 안 볼만큼 집중도가 높은 편이고 애정을 쏟은 만큼 실망도 상처도 크다


트리트먼트(썸) 단계는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극에는 기승전결이라는 게 있다 관계에도 기승전결은 기본 공식이자 인류의 역사상 상식적인 패턴이라 볼 수 있다 캐릭터의 의도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일반적인 패턴에 벗어난 것은 대부분 위험하다 특히 이전에 수많은 망한 영화들의 형식을 띠고 있다면 그것은 빨리 그것에서 벗어나라는 경고가 된다


어느 정도 그와의 트리트먼트가 그려지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의 씬넘버 1을 시작으로 연애가 시작된다 캐릭터의 행동은 예측가능해야 하고 대사는 티키타카가 되어야 한다 잘 쓴 시나리오일수록 서브 텍스트가 중요하다 대사와 행동은 개연성과 인성을 판단하기에 척도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노답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제라도 휴지통에 버리는 게 낫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개발하려고 해도 결국 해결하지 못하게 되거나 이미 도태되어 있다


초고는 일주일 만에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수정하지 않으면 쉽게 쓰레기통 행으로 이별할 수 있다 우리가 대화나 섹스를 통해서 서로를 다 안다든지 사랑한다고 믿는 상황처럼 나는 씬 바이 씬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게 중요하다 대화하고 수정하고 각색하고 이해하고 2고 3고 고심하고 고려하고 배려하고 조율해야 완성하는 것이 사랑이자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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