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Aug 06. 2021
교회에 못 나간 지 아니, 안 나간 지 일 년
코로나 시대의 신앙
쟤는 크리스천이라며 목사 딸이라며 왜 저래라는 선입견을 가졌다면,
이해한다 원래 기독교인들은 편협의 자손들이니까
삼십 년 동안 교회를 다니다가 인생 처음으로 주일 성수 안 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일단,
설교를 못 듣는 것보다 주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들이 때때로 죄송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는 살면서 이토록 신앙에 자유를 느껴본 적이 없다 마음껏 신앙을 탐구하고 오히려 쓸데없는 죄책 감 없이 살았으니까
교회에서는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조차 금기시했다 좋은 것만 보라는 주의다 스스로 우물로 들어가 성결과 정결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한다
일단 예배시간에는 죄를 상기시키고 심판의 두려움을 심어준다 복을 강조한다 복을 받으려면 헌금을 해야 한다 십일조를 해야 한다 건축헌금을 해야 한다 생일 헌금을 해야 한다 이런 헌금을 하지 않고 떼먹으면 벌 받는다 한 번이라도 내지 않으면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주님의 돈을 갈취한 강도가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아 내가 헌금을 안내서 벌을 받는구나 기복신앙이 가스 라이팅처럼 이어졌다 정작 주님은 가스 라이팅을 하신 적이 없으신데 말이다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고 엉덩이가 다 보이는 옷까진 나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장소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그렇지만 조금만 화려한 장식이 달리거나 찢청만 입어도 나는 사탄으로 명명되었다 누굴 꼬시려고 저렇게 입었냐고 수군댔고 sns 사진에 팔뚝만 올려도 천박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
시대는 변했고 이후에 청년들이 그런 옷을 입고 찬양단에 서도 그러려니 받아들여졌지만 2000년대 초중반 유독 PK인 내게 들이대는 잣대는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교회 안에서 달콤한 사탄이 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오빠들 동생들 삼각 사각 어쩌면 꼬인 실 같은 관계 나를 질투하고 욕하고 따돌리고 이런 유치하고 감정적인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교회 안에서 연애를 한 적 없었다 워낙 주둥이들이 많은 곳이라 찧어지기 싫어서라도 그런 관계는 지양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내가 친구만 데려와도 애인이냐고 주시했다 그렇게 매년 전도를 외쳐댔지만 나는 전도 조차 어려운 입장이었다
죄책감들은 여러 가지였다 목사 딸인데 술 마셔도 되나
옷을 저렇게 입어도 되나 연애를 자유롭게 해도 되나 뭘 하든 죄책감은 날 놓아주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나는 남자 친구와 여행을 가본 역사가 없다 에이 거짓말이라고 할 만큼 나는 성에 갇혀 살았다 이런 내가 교회에서 풀려나고 난 뒤 여행은 아니어도 연애는 자유롭게 했다 누가 볼까 봐 숨어서 하는 연애 말고 당당하게 하는 연애
섹스 라이프도 마찬가지다
나의 기준은 이렇다 사랑의 확신이 들면 한다 혹은
앞으로 관계를 지속하고 싶을 만큼의 마음이면 한다
물론 충동적인 관계도 있었고 후회가 되는 섹스도 있었지만 섹스를 했다고 돌 던지는 시대는 지났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인간의 몸 특히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으면 그만큼 주어진 쾌락을 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섹스에만 미쳐서 행위가 종교가 된다던지 배우자를 져버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일들이 쾌락이나 섹스로 인한 죄라고 볼뿐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엄마들이 꼭 너의 성은 중요한 거니까 남편에게 줘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언을 하는데 어 엄마 내가 살아보니까 성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 몸이 중요한 거였고 남편 주라고 섹스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쾌락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게 중요한 거라고 정정해주고 싶다
SEX, 교회 안에서는 거의 금기시되는 단어 아닌가 부부관계조차 수치스럽게 느끼는 교회에서 물론 뒤에서는 더하면 더했지만 예를 들면 애인과 섹스를 한 여성이 교회 안에서 느낄 죄책감이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섹스를 하는 남성은 능력자고 섹스하는 여성은 천박하게 보는 이상한 잣대를 가진 한국인들은 교회 내에서도 정결 주의에 자매들을 쑤셔 넣고 남성들을 위한 준비된 신붓감으로 가스 라이팅 하지 않는가
교회 올 때 가면 좀 벗고 와라
제가 요즘 술을 너무 마신다 욕을 많이 한다 등 그냥 미성숙한 자기 자신을 보여주면 그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라도 진심으로 해줄 것 같은데 다들 직분 달고 교회만 오면 정결한 척하잖아 집에 가서는 가족을 무시하고 패던 직장에서 성추행하던 불륜을 하던 그 누구보다 개판인 인간들도 많고 나한테 메시지로 보고 싶다고 하는 유부남 집사들도 있고 뉴스에 나오는 목사들은 더 가관도 아니고 그런 가짜들 사이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이겠지
옳은 말 바른생활하는 사람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가 없으신 주님이 인간에게는 결함을 주신 이유는 신과 인간의 구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복제된 신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므로 나는 신에게 개길 생각이 없다 단지 그 뜻을 알고 싶을 뿐이다
교회를 안 나간다고 주님은 내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헌금이나 십일조를 안 했다고 주님이 내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기도나 찬양하지 않았다고 내게 책망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그분을 다시 바라보고 그분이 기뻐하실 뜻대로 살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은 안다 나는
교회에 성실히 출석하며 자만감에 빠진 그 어느 자매보다 그분에 대해 야다하길 원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믿음이라는 것 신앙이라는 것은 혈연처럼 끈끈해서 신앙생활 안 한다고 뿅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는 교회 속의 주님이 아닌 우주 속의 주님 그리하여 내 안에 있는 주님을 만나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