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

죽음

by Saranaim Lee

낫으로 낮을 거세하러 왔노라

포도 타르트처럼 음침하고 끈적끈적한

밤의 자궁만이 남도록


소멸 뒤에는 부활


흑사병이 태풍처럼 쓸고 간 세계

우리는 태초로 돌아갔었지


수도 없이 기절하며 피어나는 계절에


몰락하는 수국들

환절하는 병명들


해골들이 말을 타고 돌아올 적에

손을 내밀면 칠해지는 다정한 거짓들

문장이 단어로 분절된다


발음되는 기관들을 달싹이며 일으키는 반란

중세와 근대 사이가 붕괴될 때

땅으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자


하얀 국화를 깃발처럼 꽂으러 말이 왔노라

하얀 거짓말이 백마(白魔)처럼 내려왔노라







키워드

변화, 이직, 끝과 시작, 이별, 해고, 탈락, 새로운 시작,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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