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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Oct 22. 2021

나를 좋아하는 사탕들

1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탕들이 가장 무서워 자기야 나는 자기 밖에 없어요 온갖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사탕들 내가 안보이면 아이처럼 망상을 터트리지 이 시발련아 왜 전화 안 받아 어떤 새끼랑 같이 있냐 이 창녀같은 년아 사탄으로 변하는 사탕들 내가 쓴 글들을 베껴가는 사탕들 나를 마녀라고 사냥하던 사탕들 달콤한 목소리로 귀를 적셔주는 나의 끈적끈적한 사탕들 나를 위한 화형틀을 뚝딱거리면서도 오늘 밤은 외롭다며 내 품으로 파고드는 누군가의 아들들 


2

누나 나는 호세아고 누나는 고멜이야 누나가 나를 계속 밀어내도 누나가 내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3

나는 몸을 팔지 않고도 언제나 창녀가 되었다

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창녀 너는 그런 나를 위해 언제고 기다리는 선지자라고 했지 선지자의 흉내를 내며 기타를 치고 찬양을 하며 사람들에게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처럼 떠들어대서 나를 쌍년으로도 만들었지 그런 너와 가스라이팅 당하며 교제하는 동안에 너는 찬양단 리더이던 너를 흠모하던 미성년자와 나를 저울질하면서 그 밤에, 그 밤에


4

필리핀으로 선교여행을 떠났을 때 나를 좋아하던 오빠가 기어코 내 아픈 발목에 파스를 발라주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날은 아침부터 오래 서 있었고 비를 맞아가며 일정을 소화하던 날이었지 그래도 유일하게 나를 챙겨주는 게 고마워서 거절하지 않았는데 선교단 내에서 남자한테 발맛사지 받고 있는 창녀가 되어있었다 너희들이 말하던 하나님의 사랑이 이런게 아니었니


5

우연히 다른 교회 청년부 회장을 만난 적 있었다 취향은 아니었지만 남자답고 멋있어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는데 툭하면 모텔가자고 부르더라 이게 도대체 맞는 건지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건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긋자 너는 나를 스토킹하기 시작했지 밤마다 전화오고 집앞에 찾아오는게 무서워서 전화번호도 바꿨었는데


6

나는 아직 십분의 일도 꺼내지 않았는데


7

좋은 연애를 한 기억이 손에 꼽네 그것도

그나마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정리한 기억 속에서


8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애인이 있었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나를 좋아하듯이


9

뜨겁게 사랑한 적이 언제더라

어쩌면 그것도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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