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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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이 숙소 근처로 찾아왔다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찾아온 것 같았다 그들이 챙겨 온 짐가방이 제법 컸다 그때 숙소 정문 앞에서 나랑 러브라인이던 친구를 마주쳤다

- 혹시 내가 여기서 어떤 이미지인지 말해줄 수 있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여기서 실력 있는 사람이란 걸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 미안, 내가 떨어지기 싫어서 너랑 러브라인 거절했던 거.

- 그랬대요. 괜찮아 이따 보자.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해는 되도록 없는 편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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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은 대회장까지 따라왔다 천명 넘는 참가자들이 그곳에 다 모여있었다 곧 녹화가 시작되는 걸까 분위기에 압도당한 친척들은 손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참가자들 틈을 헤치고 다니며 짐가방을 찾고 있었다 자리마다 참가자들로 가득이었는데 익숙한 얼굴들은 보이지 않았다 녹화가 시작되었다 빈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봤다 사회자가 배우와 예능을 하고 있었다 저 배우는 재혼을 하게 될까 텔레비전으로 볼 때 보다 잘생기지 않았구나

3

내가 참가한 오디션은 서바이벌이었다 재기를 꿈꾸는 배우와 가수들도 뒤섞여있었고 어린아이들도 보호자 없이 옹기종기 모여 순서를 기다렸다 목이 아팠다 오랜 오디션으로 지친 탓이었다 곁에 있던 박진영이 내게 물을 건넸다 잊지 않고 조언도 건넸다 그는 자신의 조카가 속한 그룹에 대해 늘어놓았고 곧 그 그룹의 오디션이 서커스처럼 진행되었다 여섯 명의 멤버는 나이 때가 천차만별이었고 실력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중 한 멤버는 특수장비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었는데 이내 다른 멤버가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멤버의 쇼를 소개했다 막내로 보이는 멤버가 실 같은 줄에 매달려 공중그네를 타며 아슬아슬하게 노래했다 서커스에 가까운 쇼가 끝나자 보이그룹 준비하는 애들이 정신없이 무대 뒤로 밀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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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서가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작곡 연습을 했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바다를 헤엄치는 느낌이었다 내 목소리에는 맑고 푸른 힘이 있었지만 끝은 처리가 세련되지 못해서 아쉬웠다 어찌 됐건 여기까지 왔고 어디로든 흘러가야 했다 나를 질투하고 시기하던 유닛들은 다 떨어졌고 나와 담을 넘던 친구들도 사라진 채 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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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피곤하면 오디션 보는 꿈을 꾼다 

늘 그렇듯 참가한 사람들과의 경쟁이 가장 나를 지치게 한다 어차피 꿈이라면 차라리 즐길 걸 하고 싶은 대로 지르고 다닐 걸 나는 꿈속에서도 눈치를 보고 미움받기 싫어서 애쓰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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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도 가정폭력이 나만큼 깊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십 년을 왕따를 당했던 나는 인간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을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쟤는 목사 딸이니까 싸우질 않더라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미는 쟤로 하자, 쟤를 우리가 괴롭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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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맞서길 피하다 보니 사람을 보면 
맞춰주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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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도 쓰여있습니다
낮아지는 자는 높아지리라 낮아지면
짓밟히던 기억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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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그렇잖아 섬겨주면 밟아주는 거 
결국 상처 난 자리에 또 상처가 벌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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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숱하게 보러 다니던 기억은 사실
긴장과 불안을 달고 살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학대하다 보면 쾌감으로 오기도 했기에 
끊임없이 오디션 오디션 나 어때요 이 중에 최고죠

11
이것을 신앙에도 접목시키고 있더라
하나님 나 어때요? 이 중에 최고죠

12
사탄이 안 된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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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숙소에서 접이식 오토바이 찾아간 A
사실 너 좋아했어 말은 못 했지만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꿈,
내 꿈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