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naim Lee Dec 02. 2021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

공포도 힙해질 수 있는가?

시작부터 영화는 뮤지컬처럼 음악으로 시작한다 <베이비 드라이브> 감독이라 그런지 이 영화 역시 같은 톤 앤 매너를 스릴러 혹은 공포라는 장르로 옮겨간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로스트 하이웨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초반의 주인공 대학 생활은 줄리아 듀코 나우 감독의《로우》와 루카 구아디아노 감독의 《서스페리아》가 떠오르다 보니 오마주처럼 겹치는 이미지들이 많아서 영화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공포나 미스터리 스릴러 특유의 서스펜스를 리드미컬하게 끌어낸 점이 바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시그니쳐라서 독특하게 느껴진 게 아닐까


영혼을 보는 주인공이 런던 패션학교에 입학하며 기숙사에서 핍박받다가 나와 근처 집에서 살게 되면서 그곳에서 살던 과거의 인물로 빙의되는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거울을 통해 자신과 그녀가 분리되고 뒤엉키고 혼재되는 혼란스러운 씬들이 압권이다 1960년대 배경이나 의상이나 음악들이 조명들과 어우러지며 박찬욱 감독이나 이경미 감독이 감탄할 만 미장센이 탄생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아가씨>와  <신세계>의 정정훈이라는 촬영감독님의 작품이기도해서 뭐 촬영기법이나 영상미의 세련됨은 나무랄 곳이 없기도 하고


_일전에 내가 써놓은 <피네>라는 시나리오가 떠올랐는데 전생을 보게 된 주인공이 꿈속에서 1930년대로 돌아가면서 엮이는 내용이라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_


다만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대중적인, 공포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계를 느꼈는데 절정에서 영혼들이 수화기를 들며 헬프미는 외치는 씬은 정말 폭소 지뢰였고 화마 속에 과거의 인물이 현재의 인물과 겹치는 것, 911에 의해 주인공이 구조되는 씬들은 다소 클리셰적인 부분들이라 그동안 쌓아온 리드미컬한 씬들이 와장창 무너지며 힘이 빠지게 된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은 엔딩을 기대했으나 대중적인 씬으로 끝났으니 같은 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려고 어둡고 무서운 부분을 힙하게 그려낸 점은 주인공에게 집중하고 1960년대 분위기에 빠져들기 좋았으나 긴장을 쌓아간다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씬들의 연속이라 공포라는 장르에 빠져들기에는 아방가르드했던 게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