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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Feb 06. 2022

깜박,

이래도 인간이 신이 아니야

사람은 원래 생각을 멈추기가 어려운 동물이다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 더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습성이다 늦게 자지 말아야지 부정적이지 말아야지 취하지 말아야지 사랑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 말아야지 보지도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다 보면 둘둘 말린 그것이 나를 향해 양탄자처럼 펼쳐지고 만다


깜박,

조는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가기도 하고

긴긴 꿈을 꾸고 깨어나도 일 분밖에 지나있지 않기도 한다 시간은 상대적이고 빌어먹을 지금도 흘러간다


사람을 믿다 보면 거짓말하는 사람들에게 데고 만다 누군가 내게 타이어가 펑크 났다고 말하면 물론 걱정부터 하는 게 사실이지만 잠깐, 아주 잠깐 거짓말이면 어쩌지 왜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거지 의심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 괴로운 건 나뿐이어라


언젠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제발 사람 좀 믿지 말고  의심하라고 이제는 신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사랑보다 어려운 증세

사람을 신처럼 믿기 시작할 무렵부터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순진한 아가씨야 어서 가진 것들을 내놓으렴

강탈은 배탈처럼 뭐든 쏟아내게 하고


왜라는 이유를 뒤적이면 알 수 있는 거짓들

그렇지만 좁혀지는 거리에는 무너지고 맙니다

광각적인 시야에 당신이 들어올 때면


마스크로 입을 가려도 사람들이 품은 칼은

촉수처럼 손가락으로 뻗어나갑니다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소리와 문장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있습니다

의사가 하나의 생명을 살려내는 이 시간에도


이래도 사람이 신이 아니야 신이 아니야


깜박,

잊어버린 일들이 있었는데 졸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지나간 해들이 있었는데

지나간 것은 흘러간 것

부초처럼 떠다니느라 멀미가 나요


다짐은 마음을 다지다가 곤죽을 만들기 십상이고


불은 차마 끌 수 가 없었다

울고 있는 어둠이 슬퍼서 달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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