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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May 14. 2022

용서

20220502

1

내가 지금 신나 보이는가 바쁘고 일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라고 바쁜 것은 좋은 것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2

무수히 많은 이슈와 이벤트 사이에서 나는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 우울이 비구름처럼 뒤덮는다 내리는 것이 무엇일지 역력하다


3

영화를 하려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하다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당신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였고 드라마를 하는 이유는 내가 겪은 세상과 사람을 들려주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요구사항을 그럴싸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피피엘이라도 붙어서 제반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희생으로 얻어내는 미래의 조각들이라고


4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돈은 뒤따르는 보상일 뿐 나를 끌고 갈 수 없습니다

양가적 감정이 나를 찢어낸다 안락한 삶 안온한 삶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남편 좋은 아내 좋은 딸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사람 좋은 사람 나의 행복은 어떤 직책을 달고 서있는가


5

말하고 싶은 것 그리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 지옥이니 목매어 끌려가는 삶은 잼병일 것이다


6

그동안 벌어놓은 잔고들은 나의 안위를 위해 아낌없이 썼다 사라지는 숫자들 언제고 사라지는 시간 같은 물질들

그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만 온전하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


7

가야 할 길과 서야 할 길이 흐려질 때마다

나라는 존재도 흐려지고


8

의식적인 기도를 지우고 살았더니 어느 순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노래처럼 속으로만 당신을 찾았더니 밖으로는 부르지 못할 호칭이 되었더라 진심 없는 기도는 싫어요 마음으로 찾지 않는 기도는 중언부언일 뿐이니

당신이 날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버렸던가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낄 때마다 나와 당신에게도

환멸을 느끼면서


9

사람을 사랑을 할 수 있게 하소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깊은 곳에서 뜨겁게 뱉은 기도의 첫 구절이었다

미움으로 마음이 가득 차서 내가 이토록 힘든 걸까


10

깊게

깊게

깊게

깊게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어둠을 밤으로 인식하는

나의 밝음을 낮으로 인식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11

내 입에서 좋은 말들이 터져 나온다

당신들이 듣기 좋은 말

마음과는 다르게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 밝고 명랑한 사람입니다

저를 이용해주세요 저를 찾아주세요

나를 포장하는 시간

주님 어디 계시나이까

무너지며 뭉개지는 연약한 살점이

여기 있사오니 나를 부디

나를 건져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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