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에서, 아버지
<임진강에서,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에, 환청 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었지. "막내야, 등 좀 이리 대보거라 한번 업혀보자꾸나"
언제나, 바위산 같던 아버지가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게, 왜 그렇게 낯설었는지 몰라
짐을 부린, 마대 같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보니, 아버지의 세월이 느껴지더군. 난, 다리가 꺾이고, 내 등에 업힌 채 아이처럼 좋아하신 아버지의 차가운 날숨이, 대못이 되어 등에 박혔지
말기 암의 고통에도 "이젠 다 괜찮다"며 웃으시는 아버지의 힘없는 미소에서 우수수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남은 시간을 보았지
아버지 염하던 날, 어릴 적 장맛비에 물이 엄청 불은 내(川)를 건너느라, 내미셨던 아버지의 넓었던 등이 어른거리고
나는, 내 빈 등이 무거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물만 헤아리고 있었지
1992년의 비 오는 날이었어, 그 강, 오늘도 흐르는 임진강에, 비는 또 내리고...
/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