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 혹은 자각

절름발이의 외출

by 외별

<자각 혹은 자학>
절름발이의 외출



한때는 나도 절룩거리며 걷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굽의 높이가 똑같은 새 구두를 신고 이제 막 일어나 걸으려던 날이었다.


하지만, 절룩거리는 것이 구두 때문이 아니라, 길이가 다르게 자란 내 다리 때문임을 알게 되었을 때 시선의 높이만이라도 절룩이지 않기를 소망할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흉하게 웃자란 다리를 날카롭게 잘라내지 못했다. 그것도, 내 안에서 자란 내 일부라는 초라한 변명만 발자국소리처럼 귀 속에서 울리고



/외별/



<절름발이의 외출>


오지게 비가 내리는 날에
누군가 방 앞에 벗어 놓고 간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서
삐딱빼딱 걸어보고 싶다

빗방울이 커튼을 치는
그 찰나 동안만
꼿꼿하게 세워보는 당당함으로
발을 옮기며

원래부터 절뚝였던 걸음도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는
저 버려진 하이힐 때문이라
맘 편하게 변명도 하면서

무서운 눈길들 가득 넘쳐나는
저잣거리 인도 위에서
반편이 걸음도 숨기지 않고
어깨 펴고 힘껏 걸어 보이고 싶다

눈물도 맘껏
흘려도 좋겠지
비가 오지게도 내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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