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no 28

눈으로 덮은 불편한 서사 _ 그, 그들

by 외별

<눈雪으로 덮은 불편한 敍事 _ 그, 그들>

부제 : 혼혈아


1.
검은 살갗에 붉은 피 고이도록 껍데기를 벗겨내면 아버지를 버릴 수 있을까?
불 꺼진 다락방에 짐승처럼 웅크려 아메리카를 벗겨냈어



2.
물레방아 무심하게 돌던 어둠 속에서 엄마는 왜, 미제 쌀 한 됫박에 옷고름 풀어야 했을까? 지퍼만 내린 채 오줌처럼 방정放精을 해댄 아버지 손엔 왜, 장총이 장전되어 있었을까? 그날엔 짙은 어둠이 장막처럼 둘러서서 음흉하게 키들대고 세 살씩이나 되었던 김 씨 성의 우리 형은 울음소리 한 자락 내지르지 못했다는데.

기지촌에서 옹이 같은 자궁 가득 쌀을 담던 엄마는 왜 진작 문설주에 목을 매지 않고 평생 동안 죽어야 했다고 노래를 불렀을까? 아버지의 장총 때문이었을까? 철조망 안에 우뚝 솟은 미군 깃발 때문이었을까?


3.
어느새 다락방 가득 살갗이 수북하게 쌓여도 끝내는 아버지 보다 엄마부터 버리고, 달이 뜨면 물레방아처럼 돌고 있는 사이키 조명 아래 총도 없는 미군들 눈빛 앞에서 달러만큼 옷고름을 풀어헤쳐 팝송을 불러대는 나는 일천구백오십 년대식 정물화.

엄마는 아직도 문설주에 광목천을
묶고만 있는데


/畏瞥/

나는, 이태원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친구 중에는 미군 혼혈도 있었고, 여자 동창 중에는 소위 양공주라 불리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세상의 손가락질에 상처받은 그들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이제 더 이상 없는 듯 보이지만, 있었던 불편한 진실 불편한 역사. 그걸 잊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