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10

아주 오래된 기억

by 외별

<아주 오래된 기억>


1.
할머닌 검버섯을 만지며 늘 말씀하셨지.
저승 갈 날 멀지 않아 생긴 저승꽃이라고.
하나 둘 늘어나 얼굴 모두를 덮으면 조용히 손 놓고 길 떠나갈 거라며 옅은 미소를 지으셨지. 그 미소엔 왜 한숨이 묻어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어.

마당 깊은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봄별이 너무 좋다며, 가는 눈으로 하늘을 보시던 할머니 눈에 늘 물기가 서렸었지. 난 그때 할머니 눈물은 하늘이 시리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 할머닌, 그때마다 먼저 가신 할아버지를 불렀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2.
현조비유인전주이씨신위. 아주 작은 韓紙에 붓펜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紙榜. 그 안에 정녕 혼이 오는 것일까 늘 궁금했지만 입 밖으로 말할 순 없었어.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숨죽이고 있어서 향불 타들어 가는 소리만 났었지. 할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만 투덕한 손등으로 눈주위를 닦았어. 아마 향 연기가 매웠던 게야. 그때마다 바람이 일고 머리 헤친 연기만 촛불에 감겨 흔들거리곤 했지. 정말 紙榜엔 할머니 혼령이 계시는 걸까? 그런 날엔 통 잠을 잘 수 없었어



3.
황해도 송화군 봉래면 수교리.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버지의 生家에도 눈은 내릴까?. 힘겹게 끝마치신 유언대로 임진강에 아버지 유골을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 눈이 오지게도 내리더군. 때늦은 봄날 강바람이 유난히 심하더니만 아마도 눈이 되신 게야. 할머니 앉아 계셨던 마당 깊은 집 툇마루에 곱게 쌓일 눈이 되신 게야.

아버지 제사를 모시러 형 집으로 가던 날, 그날처럼 눈이 내리고, 밤을 치는 형은 저녁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난 紙榜을 두 장이나 써야 했다. 현조비유인전주이씨신위. 현고학생부군신위.

그날 연기가 맵다며 눈시울을 닦는 형의 등에 아버지가 업혀 있었고, 나는 할머니처럼, 시린 하늘만 쳐다봤다.


/外別/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