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썼던 글을 소환하며

시계타령

by 외별

<옛날에 썼던 글을 소환하며>


시계타령을 처음 읊은 지 벌써 이십 년 가까이 지났다. 그런데도, 이 타령은 내 입속에서 더욱 커가기만 한다.


거위를 닮은 것인지 이리 뒤뚱 저리 뒤뚱, 비대한 엉덩이를 씰룩대며 럭비공처럼 튀기만 하는 높은 데 걸린 시계. 정직한 시계가 주인인 세상은 과연 꿈인지?


목구멍이 점차 사막이 된다. 물 한잔으로는 택도 없다./외별/




<시계타령>


어허 벗님네들 입 삐뚤어진 이내 놈의 시계타령 들어보소

희한한 일도 많은 희한한 세상에서 희한한 시계들을 모아놓고 요모조모 솜씨 한번 뜯어보니,


국방부 시계는 돌격 앞으로라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가기는 가는 데 가는 꼴 한번 가관이라 보고 있는 사람 복장 터지는 건 일도 아닌 예사이니 세상에서 제일로 더딘 시계가 이 말고 또 무엇일까?

교육부 시계는 총알보다 빨리 가는지라 국방부 시계란 놈 2년 6개월 가는 동안 100년도 넘게 총알처럼 흘러버려 흔적 찾기 어려워도 백년지계 세웠다고 호들갑을 떨어대며 모래 위에 세운 교육제도 후딱후딱 바꿔치우니 그놈 솜씨 보통이 아니로세

국회시계 노는 꼴은 제대로 자유형이라 얼씨구 제 맘대로 가는 걸 좋아하니 맘 내키면 가봤다가 안 내키면 서는구나. 초침하고 분침끼리 박 터지게 싸워대다 뒤로 돌아가는 게 예삿일이 되는구나

검찰시계 노는 꼴은 이들 보다 한 수 위니 이 어찌 가관이 아닐쏘냐? 밥 주는 이 보고 있을 때만 그이가 원하는 시간만큼 뭐 빠져라 뛰어가고 그이가 안 볼 때는 항상 제자리에 널브러져 자기 편한 밤 열두 시만 가리키니

에고데고 불쌍하고나 손목 잘려나가고 발목 잘려나가고 한 술 밥도 먹지 못해 굶기가 예사라도 묵묵히 심장 박동 뛰는 대로 땀 흘리며 정직하게 가는 것은 서울역 광장에서 뙤약볕을 온몸으로 쬐고 있는 이지러지고 못생긴 서민 시계뿐이로세

시간이란 태생부터 다른 건지 주인 따라 시계 팔자 이리저리 변하는 희한한 시계들의 희한한 세상 시간이네

/ 2006. 07. 19/ 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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