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07

회상

by 외별

<회상回想>


1. 春
앞산 가득
진달래, 개나리 단숨에 뛰어올라
산머리까지 현기증이 아른거릴 때
끼니를 채우고도
돌아서면 금방 허기지던 나는
엄마를 조금씩 뜯어먹었지
줄어드는 살점을 주름살로 감추면서도
앞산에 핀 꽃이 참 곱다고만 하시던 엄마에게서
꽃가루 냄새가 났었던 거 같아



2. 夏
밤새 억수같이 내리던 빗줄기에 마을 앞 개천이 다 넘치고 아름드리나무도 뿌리째 뽑혀 나가던 날에 앞산을 산(生) 채로 먹어버리고도 공복감에 시달리던 나는 종이로 배를 접어 시뻘겋게 흐르던 탁류에 몸을 실었어

빠르게 멀어지는 마을 뒷산에서 진녹색 이파리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던 빗줄기 속에서 엄마처럼 손을 흔들고 바람은 어서 가라며 등을 밀었지



3. 秋
물 먹은 종이배가 너무 무거워 맨몸으로 물속 가시덤불 헤집고 다니다, 온몸이 긁히고 찢겨나간 후, 텅 빈 몸이 되어 돌아온 옛집 좁은 마당에 어느새 늙어버린 마을 뒷산이 낮게 앉아 있었지

대문도 없는 문턱을 넘어 돌아오신 어머니 손에 종일토록 뒷산을 캐던 호미가 들려 있고 내미시는 광주리 안엔 붉디붉은 뒷산 살점이 그득했어. 서쪽 하늘처럼 뒷산은 붉어 온통 뜨겁기만 한데, 가슴엔 서늘한 바람이 틈새마다 비집고 나서며 야윈 어깨를 무시로 흔들어댔어



4. 冬
어머니 방에서 발을 씻는 내내 창밖엔 하얗게 눈이 내리고 해진 마음을 깁던 어머닌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새 옷을 꺼내 벗은 내 등을 덮어주셨다.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곁눈으로 바라보니 뒷산에 그새 눈이 수북했다. 저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대체 무엇을 지고 가야 할지

밤이 깊고, 어머닌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깊은 잠을 주무시는데 먼 길 돌아온 나는 노독(路毒)에 절은 몸뚱이를 뉘지 못해 밤새도록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에 내 지나온 좁은 길의 사연을 무명실처럼 풀어내고 있었다.

멀리, 산 우는 소리 밤을 새우는데...


/外別/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