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no 4

황무지

by 외별

<황무지荒蕪地>



1.
우리 할배 서둘러 가시기 전에 생기 없이 누워있는 머리카락 올올이 뽑아내며 하시던 말씀, 저승길 내딛는 발 너무 시려서 신발 한 켤레 지어 신겠다더니

잡초 거스러진 검은 땅 위엔 할배보다 더 늙은 바람만이 홀씨 한 줌 날려보지 못하고 여윈 발자국만 하릴없이 찍고

풀들은 우리 할배 머리카락 같이, 흙들은 우리 할배 손잔등 같이, 앓아누운 밤마다 가슴속에서 각질처럼 까맣게 갈라 터지고



2.
마른버짐 번져 가는 벌판 위로 끊임없이 갉아먹는 태양의 게걸스런 식욕

아내는 올해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데
땅 위엔 땀 한 줄 흐르지 못하고
먼데 아파트들의 강인한 골조들
신기루처럼 어른어른 솟아올라 뜨거운 태양을 찌르고 섰더니



3.
땅에 포도鋪道가 열리고
아내는 기어이 자궁을 버렸다



/畏瞥/

◽️사진출처: 해담/5호네 현상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