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자궁
<네모난 자궁>
1.
퇴근할 때마다 낯설어지는 오래된 현관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사내는 무채색이다. 아내가 문에 지른 빗장을 풀기 전, 문보다 낡은 기억이 먼저 나선다.
2.
발자국 소리만으로 나를 알고 달려 나와 문을 활짝 연 엄마는 앙상한 늑골 아래에 비닐 봉투처럼 투명한 젖을 달고 있다. 하루 종일 빈 젖을 씻으며 "젖이 모자라서 네가 항상 배를 끓았어"라며 오래된 노래를 부르는 엄마처럼 이 빠진 사기그릇들이 밥상 위에서 회색 기억을 우려내고, 나는 면도하지 않은 수염을 손톱으로 하나씩 뽑아냈다. 저녁내 비워진 그릇 속에 수북하게 쌓여간 시간들이 사기그릇의 이를 갉고 엄마의 빈 젖엔 창밖에서 서성대던 어둠이 돌았다.
3.
문틈으로 말없이 스며든 나를 아내는 물기 없는 등으로 맞았다. 갑골문자 같은 무수한 말들이 어지럽게 새겨진 아내의 등딱지가 오늘따라 더 두꺼워, 비틀거렸다. 아내는 자기의 네모난 자궁을 열어젖히고, 신발을 미처 벗지 못한 나는 모퉁이처럼 앉아 아들의 어제와 다른 얼굴을 보았다. 아들은 아내의 자궁 중앙에 앉아 맥도널드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쓰지도 않은 스테인리스 식기를 씻고
문득, 설거지를 하는 엄마의 투명한 둥근 자궁이 벗어놓은 신발처럼 현관에서 파닥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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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畏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