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鳥葬
<조장鳥葬>
검은색 돌무더기 위에 으깬 살점 늘어놓고서 어서 오라고 낮게 외치면 새들은, 낮은 바람으로 달려와 단단한 부리 들이밀고서 살 속 시간들을 잘게 부순다.
이웃 계집아이 하고 벌거벗고 뛰놀아도 부끄럽지 않던 시절, 고사리 손으로 종이배를 접어 시냇물 위로 띄우고 노을 속으로 사라지도록 노래를 부르던 그때엔 그 냇물이 하늘로 흐르는 줄 알았다.
(새들이 감긴 눈을 파댔다)
바람 부는 밤마다 종소리처럼 울어대던 앞산이 세상의 끝이 아닌 걸 알던 날 아버지를 실었던 상여가 종이배처럼 지나갔던 그 고개를 넘어 세상 밖 세상에 처음 나서고 사람이 사람을 버려야 사람노릇 한다는 사실이 무서워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고개를 넘던 다리(脚)는 피리가 되어 무시로 몸속에서 빈 소리를 울렸다.
(새들이 막힌 귀를 후비고)
바람이고 싶었다. 발자국 남기지 않고 길 아닌 길을 걷다가 때로는 향기가 되고 때로는 소리가 되는 바람이고 싶었다.
새들이 살점을 뜯다가 허공으로 흩어지면 남겨진 기억만 앙상하다. 향도 피우지 않은 하늘, 희미하게 지워지고 아이가 바싹 마른 시간을 피리로 불며 새들이 넘는 고개를 터덜터덜 내려가며 늙고 있다.
월간 [시와 창작] 2005년 봄호
새들은, 바람의 길을 알까? 바람이 걷던 길을